국립중앙박물관, 호렵도·강세황 자화상 볼만
국립미술관에선 이강소 작가 개인전 열려
경복궁 근정전 [국가유산청]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설이 돌아왔다. 올해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연휴가 엿새나 되다 보니 오랜만에 고궁 나들이로 기분 전환을 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에서는 설 연휴(25~30일) 동안 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 등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을 개방한다. 창덕궁 후원을 제외하면 모두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하는 종묘도 연휴 기간에는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설 연휴에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는 을사년 설맞이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조선시대 왕실 호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 의식(오전 10시·오후 2시)이 끝난 뒤, 위풍당당하게 선 수문장과 고양이가 그려진 현대판 ‘세화(조선시대에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한 그림)’를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박물관 소장 ‘호렵도’ [국립중앙박물관] |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자화상’(보물) [국립중앙박물관] |
평소 관람하지 못한 전시 관람을 하고 싶다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공립미술관 전시장을 찾아도 좋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설 당일(29일)을 제외하고 문을 연다. 서화5실에서는 지난 23일부터 18세기 무렵 청나라 옷을 입고 변발한 사람들이 말 타고 사냥하는 모습이 담긴 ‘호렵도’가 관람객을 맞기 시작했다. 금니(매우 고운 금박가루를 아교풀에 개어 만든 안료)를 사용해 장식성을 높인 이 그림은 미국 클리블랜드박물관 소장작으로 최근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유물이다.
서화4실에는 박물관이 지난해 구입한 보물인 표암 강세황(1713~1791)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펼쳐진다. 이 그림은 조선 후기 대표 문인화가이자 단원 김홍도의 스승인 강세황이 70세 자신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다. 천년을 버텨온 고려청자의 강인한 생명력과 독자적 미감을 감상할 수 있는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전시는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테이블, 의자, 장식장, 입간판, 막걸리 등으로 전시된 이강소의 ‘소멸’(1973~2024). [국립현대미술관] |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설 연휴 기간 무료 개방한다. 설 당일을 제외하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서울관에서는 실험미술의 대가 이강소 작가가 50여 년 넘게 꾸준히 탐구해온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개인전과 1960년대 이후 11개국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조망하는 기획전 등을 보면 좋다. 덕수궁관에서는 한국의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문물(국가유산) 1~3급 회화 32점을 눈여겨볼 수 있는 ‘수묵별미’ 전시를 선보인다. 이 전시는 연휴 기간 내내 휴관일 없이 진행된다.
서소문본관, 남서울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미술아카이브 등 전관이 설 연휴 기간 휴관 없이 문을 여는 서울시립미술관도 겨울 찬바람을 피해 나들이하기에 제격이다.
김성환 개인전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
서울 덕수궁길 서소문본관에서는 2017년부터 작가가 천착해온 ‘표해록’을 중심에 두고 한인 이민자의 생을 여러 논제로 확장시킨 김성환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기획 의도와 달리 설명 없이는 다소 난해한 전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근대와 식민이라는 역사에서 그간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초기 이민자의 삶을 조명하는 시선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생각을 자극하는 예술의 힘을 깨달을 수 있다.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전시 종료를 한달 반가량 앞둔 대규모 회고전 ‘백남준, 백남준, 백남준’ ‘달에 사는 토끼: 시간의 거울 속 백남준의 예술’을 서둘러 관람하면 좋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설 당일에만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