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바깥세상 보던 창, 오일장 장날별 선택지

설 연휴에 장날이 낀 전국의 주요전통시장


동해 북평 오일장 국밥. 북평장날은 끝자리 3,8일이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올해 설연휴가 길어지면서 멀리는 못갈지 몰라도, 가까운 곳에 갈 곳은 많아졌다.

고향의 추억 중에는 한적한 농어촌 마을에 있다가 닷새마다 한번씩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오일장터에서 봤던 신기한 모습들, 다양한 표정들, 맛있는 먹거리들을 빼놓을 수 없다.

농어촌 아이들에게 장날은 세상을 보는 또하나의 창(窓)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장터의 멋, 맛, 인심은 커서도 몸이 기억하는지, 흥미를 돋게 하고, 명절 같은 때 우리의 발걸음을 내 고을 전통시장으로 이끈다.

그래서 우리는 고향 갈 일이 있을 때, 혹은 젊은 날 허기질 때 내 배를 채워준 어느 장터 그 고을을 방문할 일이 있을 때, 잠시 달력을 보면서 “혹시 오늘이 그날?”인지 날짜 끝자리를 보기도 한다.

▶26일엔 단양장으로

26일이 장날일 곳은 연천 신서오일장, 거진 전통시장, 삼척근덕교가시장, 보은전통시장, 천안병천시장, 칠곡왜관시장, 거창시장, 군산대야시장, 고흥동강시장 등이다.

단양장도 1,6이 끝자리가 장날이니 오는 26일 가면 되겠다. 단양팔경이 있는 고을의 장터는 플러스 원 단양구경시장이다. 약 120개 매장이 모여 이뤄진 상설 재래시장으로 단양전통시장이 전신이다. 충주댐 건설 때 지금의 자리에 옮겨왔다. 요즘 들어서는 ‘먹방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여행객이 붐빈다. 단양팔경 못지않게 인기다.

단양구경시장 흙마늘누룽지닭강정


그 석회 지역의 약산성 토양과 산지마을의 큰 일교차가 단양마늘을 키웠다. 단양마늘은 보통 예닐곱 쪽으로 이뤄졌다 해 ‘육쪽마늘’이라 불린다. 남도마늘에 비해 알은 조금 작은 편이지만 단단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단양구경시장은 달콤하고 알싸한 마늘 양념이 혀끝을 자극해 미감의 천국으로 안내한다. 마늘순대, 마늘만두, 마늘빵, 마늘갈비 등이있다.

시장 안내도 한 장을 사진으로 담고 시장 맛집을 향해 진격한다. 먼저 맛볼 음식은 오늘의 단양구경시장을 만든 일등공신 치킨! 단양구경시장 양념치킨은 고추가 아닌 마늘의 향미가 매력인 흑마늘 닭강정이다. 시장 안에는 원조 흑마늘 닭강정 맛집을 비롯해 여러 곳의 치킨집이 줄을 잇는데, 마늘을 활용한 각자의 개성으로 승부한다. 양념을 흑마늘과 마늘로 구분하거나 맵기 강도를 조절하고 통마늘이나 바삭한 누룽지가 더해져 씹는 식감을 더하기도 한다.

단양 여행의 첫 끼 또는 식후 간식, 숙소로 들어가기 전 ‘야식’으로 종목을 구분해 시장 구경 계획을 짜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가게는 주말에만 문을 열기도 한다.

▶27일엔 광주 말바우장 2.5일장, 29일에 가도 됨

끝 자리 2,7이 장날이라 오는 27일 가볼 곳은 가평 청평장, 김포오일장, 원주 민속풍물시장, 삼척 중앙시장, 음성시장, 예산삽교시장, 문경전통시장, 성주시장, 밀양아리랑시장, 익산금마시장, 순창아랫장 등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은 특이하게도 5일장이 아닌 2.5일장이다. 열흘에 네 번 서는데 장날은 2,4,7,9일이다. 올해 설연휴 중 27일에 가면 되겠다.

말바우시장 팥죽


지명 유래는 임진왜란 시기에 활약한 광주 출신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무등산에서 출발한 천리마를 타고 도착한 곳이라는 설이다. 말이 어찌나 힘차게 발굽을 내디뎠던지 바위가 말발굽 모양으로 패였다고 해서 말바위(말바우)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다. 시장 자리에 말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말바우시장에는 무려 50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골목 사이사이에 오랜 맛집이 숨어있어 식도락 여행을 온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그중 가장 첫손에 꼽히는 메뉴가 전라도식 국밥과 더불어 팥죽이다. 말바우시장에는 현재 3개의 팥죽 전문점이 있으며 모두 운영한 지 20년을 족히 넘을 만큼 내공을 자랑한다.

죽 전문점답게 이들이 모두 내세우는 메뉴는 ‘팥죽’과 ‘동지죽’이다. 팥죽에는 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들어 있고, 동지죽에는 몰캉몰캉한 새알심이 들어 있다. 전부 맛과 정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28일엔 동해 북평시장

3과 8로 끝나는 날이 장날인 곳은 남양주 마석우리장, 양평시장, 신철원전통시장, 진부전통시장, 오창전통시장, 보령중앙시장, 남해고현시장, 완주삼례시장, 강진병영5일시장으로 오는 28일 가면 되겠다.

설 전날인 28일엔 상설 시장이 없는 오일장 중 전국 최대 규모인 강원도 동해시 북평시장이 열린다.

지붕 덮인 아케이드 형태의 전통시장과 달리 길을 따라 좌판을 깔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의 모습이 몇십 년 전 시장 모습 그대로여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판매하는 물품은 각종 해산물을 중심으로 채소와 반찬, 주전부리 같은 먹거리와 의류, 생필품, 농기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갖췄다.

북평장 빨간국밥. 동해 북평오일장 국밥골목에는 흰국밥이 대세이다.


북평장 기록은 1796년에 보인다. 북평민속시장 문화광장 무대에서 1796이라는 글씨를 볼 수 있다. 이는 당시 한 달에 6번 장이 열렸고 삼척부사 유한준이 장세를 받았다는 진주지(眞珠誌)의 기록에 근거한 것이다. 장세를 받았다는 것은 난전으로부터 자릿세를 받았다는 의미이니 실제 장이 시작된 것은 그보다 빨랐을 것이다.

우시장이 있던 문화광장 인근에는 북○소머리국밥, 오○집, 대○집, 옛○장터국밥, 두○국밥, 두○비국밥집이 나란히 줄을 지어 늘어선 국밥 거리가 있다. 이중 가장 오래된 국밥집은 1967년에 개업했다.

▶28일 창녕전통시장 수구레 국밥을

28일엔 경남 창녕군 창녕읍 술정리에 있는 창녕전통시장 가는 날이기도 하다. 1900년대 보부상들이 집결하던 큰 시장이었다.

창녕전통시장은 수구레국밥으로 유명한 곳이다. KBS ‘1박2일’에서 이수근이 수구레국밥 먹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창녕 명물로 떠올랐다. 시장 주변에는 수구레국밥집이 여럿 있다.

수구레는 소 한 마리에 2kg 정도만 나오는 특수부위다. 소가죽과 고기 사이에 있는 아교질 부위다. 사투리 같지만, 국어사전에 등장하는 엄연한 표준어다. 창녕 사람들은 오히려 ‘소구레’라고 부른다.

창녕전통시장 수구레국밥


수구레국밥 가게마다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커다란 가마솥이 손님을 유혹한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뚝배기가 상에 놓이는 순간 입에 침이 고인다. 뻘건 국물에 콩나물, 선지, 파 그리고 수구레가 가득 담겼다. 칼칼하면서 구수한 국물 맛이 육개장이나 해장국과 닮았다. 특별한 것은 역시 수구레다. 쫀득쫀득한 수구레는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에 가득 찬다.

생활의 달인에 전통시장 꽈배기 달인으로 출연했다는 꽈배기 집도 있다. 갓 구워낸 국화빵과 따끈한 어묵, 쑥떡, 순대까지 유혹은 끝도 없다.

시장에서 제일 긴 줄은 역시 호떡 가게다. 유명인들과 찍은 사진이 걸려 있고, ‘6시내고향’에도 나온 적이 있는 호떡집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찹쌀호떡을 종이컵에 담아 주는데, 종이컵 위로 툭 튀어나올 만큼 크다. 쫀득쫀득한 호떡과 뜨거운 꿀물을 호호 불어먹는 맛이 추위도 잊게 한다.

▶성남 모란시장 장날은 4,9일

오는 29일은 설 당일이라 문을 닫는 점포가 많을 것이다. 끝자리 4,9일이 장날인 곳은 포천 운천재래시장, 양양 전통시장, 충북영동시장, 온양온천시장, 영양시장, 청송시장, 진주문산시장, 영암독천시장 등이다.

성남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4, 9일인 날에 열린다. 24일 금요일에 대목장이 거하게 열렸다.

마침 설날이 장날인데, 성남 같은 큰 도시의 민속장은 5일에 한번씩이 아니라, 매일 오픈돼 있기는 하다.

성남 모란장


모란민속5일장은 홀어머니를 평양에 두고 남하한 김창숙이란 인물에서 시작됐다. 김창숙 대령은 월남민들을 데리고 성남 지역에서 황무지 개간사업을 펼쳤는데, 어머니를 그리며 북녘의 모란봉에서 ‘모란’이란 이름을 따왔다. 주민들의 생필품 조달을 목적으로 장을 세웠다가, 하나둘 노점이 확대되며 1970년대 후반부터는 특종 상품시장으로 성장했다.

모란민속5일장은 크게 13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화훼, 잡곡, 약초, 생선, 채소, 의류, 신발,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팔기 때문에 가까이는 경기도와 충청도, 강원도에서도 찾아온다. 유념할 것은 한 가지, 배를 비우고 갈 것! 장터 지천이 먹을거리다. 찬바람 불고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드니, 뜨거운 것이 당긴다. 꽈배기, 호떡, 뻥튀기, 팥죽, 칼국수, 수구레국밥까지 입맛 돋우고 속을 채워줄 먹거리가 천지다.

모란종합시장 상가건물 1층에 위치한 ‘로스팅랩’에선 ‘고소함을 걸어요’라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름 종류별 교육과 기름 압착 과정 시연, 기름시장 골목투어, 깨강정 만들기까지 고소함이 가득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시장 먹거리 가운데 선두주자는 꽈배기와 쫀득한 찹쌀도넛이다.

▶어디론가 갔다가 귀가할 30일 장날인 곳

이번 연휴 마지막날인 30일이 장날인 곳은 안산 시민시장, 홍천창촌장, 양구중앙시장, 진천중앙시장, 부여새시장, 영해만세시장, 하동계천시장, 장수시장, 보성예당시장 등이다.

[취재도움: 한국관광공사]

취재=박상준 장보영 오원호 유은영 길지혜 작가

정리=함영훈 헤럴드경제 여행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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