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에 일찍 귀성한 아들 가족을 마중 나온 할아버지가 손녀를 안고 밟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설 명절 연휴가 시작됐다. 한해 달력을 받아보고 명절 즈음, 빨간 날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는 순간,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편해진다.
그런데, 연휴에 임박하면 기분은 조금 달라진다. 막상 고향에 갈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서 무슨 언행을 보여야 대가족 평화가 유지되고, 가사노동 갈등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번 명절 예산은 어느 규모로 할까, 어느 부분을 줄여 교통,차례상,용돈 등으로 지출할까를 떠올려 보면, 명절이 마냥 마음 편한 것 만은 아니구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엄습한다.
“고향도, 여행도 안가는데 뭘 하지?”라고 생각하다 보면, 빈둥거리다 아까운 연휴를 다 보낼지도 모른다는 심적 부담감도 생긴다.
명절을 행복하고 알차게 보내는 것은 가족여행 준비하듯 계획을 잘 세우고, 모든 가족의 제각기 다른 뜻이 잘 맞춰지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 가족들 사이, 특히 아랫사람에게도 예의를 지켜야 함은 당연하다.
아울러 ▷명절 차림의 간소화, ▷아이들 용돈의 적정성 설정 및 준수 등 비용 부담을 줄이고, ▷피로와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명절 후유증’(43.1%)의 소지를 없애는 데 구성원 모두가 신경을 써야 하며, ▷청년들의 귀향을 가로막는, 결혼,취업,연애를 사생활 침해 수준으로 캐묻거나, 대화방식에서 ‘꼰대’처럼 일정한 방향을 강조하는 것도 자제해, 청년들에게 예의를 지켜줘야 한다.
특히, 집안 재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재산 분배는 딸,아들 구별말고 1/n라는 법률이 엄정하니, 재산 처분 방법론에 관한 모든 것은 소유자인 집안 어르신의 처분에 맡기되, 자식들에게 자문을 구할 때, 전문가를 연결시켜주는게 최선이다.
‘가족 상봉때 비로소 이산가족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막으려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해야 한다. 명절 후 부부관계 상담이 급증하는 세태, 명절후 형제 자매가 반목하는 일이 생기는 않도록 해야겠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는 올해 설명절 연휴를 앞두고,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 연휴를 ‘기다린다’고 응답한 비율은 32.7%, 기대와 부담감 사이를 오간다는 응답은 40.8%,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26.5%로 집계됐고, ‘명절을 전혀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큰 부담으로 느낀다’는 응답도 8.6%나 됐다.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 및 귀성객들이 열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 |
설 연휴를 기대하는 이유로는 ‘휴식의 기회’가 6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기대 요소로 꼽힌 것이다. 이어 ‘오랜만에 친척들과 만남’(29.4%), ‘고향 방문’(20.0%), ‘명절 음식’(18.1%) 등이 설 연휴의 긍정적인 요소로 나타났다. 또한, ‘장기 여행 계획’(16.2%)이나 ‘보고 싶었던 OTT 콘텐츠와 명절 특집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15.9%)도 주요 기대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설 연휴를 기다리지 않는 응답자들은 명절 준비와 관련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가장 큰 이유는 ‘선물 및 음식 준비에 드는 비용’(58.4%)이었으며, 이어 피로와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명절 후유증’(43.1%)이 2위로 집계되었다. 이 외에도 ‘명절 준비를 위한 집안일의 부담’(33.5%), ‘도로 정체와 교통 혼잡’(21.8%), 그리고 ‘친척들의 개인적인 질문’(18.3%) 등이 설 연휴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소로 나타났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명절 문화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설문 결과, 응답자들은 개선이 필요한 요소로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첫째, ‘친척들의 지나친 간섭과 개인적인 질문’(27.0%)이 사라지길 바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둘째로 ‘과도한 차례상 준비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24.1%)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명절 선물의 과도함’(19.9%), ‘명절 노동의 불균형’(12.1%), ‘형식적인 용돈 문화’(7.2%), ‘형식적인 단체 문자’(6.8%) 등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피앰아이은 “현대 사회에서는 1인 가구 증가, 비혼주의 확산, 핵가족화 등의 변화가 두드러지며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명절의 의미와 관습을 재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며, “명절 준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가족 간의 더 깊고 의미 있는 소통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명절 문화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