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험로 예상…한미 동맹도 시험대로

주중대사 “양국 우호 감정 여전히 낮아”
조태열 장관 방미 주목…“북한 문제 협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 제4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 취임하면서 전 세계가 미중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정세 흐름을 꾸준히 살피면서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반중 정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동맹 또한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회의 결과물에서 종전에 들어갔던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포함되지 않는 등 상황이 나타나면서 정부는 우선 우려의 불씨를 꺼뜨리기 위한 미국과의 접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와 중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을 번갈아 맡게 되면서 경제·안보·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특히 오는 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 참석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 외교 당국은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중 불거진 ‘반중 정서’가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고, 정치권에서 이를 일부 받아들여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대사관은 이를 의식한 듯 한국 내 자국민들에게 정치 활동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배포하기도 했다.

중국은 우리 정부에 직접적인 우려를 표하진 않았지만, 관련 인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는 최근 대사관 신년·대사 취임 리셉션에서 한 연설에서 “여러 요인의 영향으로 최근 중한 국민 간의 우호감정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며 “양측은 이 문제를 매우 중시해야 하고 인문, 지방, 민간, 청년 교류를 강화하며 양 국민 마음을 잇고 중한 우호 관계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 했다.

우선 외교 당국은 우선 APEC 정상회의 준비를 차질없이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은 다이 대사를 만나 경제협력 발전 방안과 APEC 정상회의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 차관은 한중 양국이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와 무역·투자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양자·다자 차원의 경제협력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다이 대사 또한 취재진과 만나 “생산적인 논의였다”며 “양측에 이익이 될 실질적 협력을 위한 새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목요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 있다. [AP]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쏟아내는 북핵 관련 발언은 한미동맹의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군축 억제 전략을 펴는 ‘스몰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쿼드 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단어가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과거 공동성명과 달리 쿼드 협력 방향에 대한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짧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역내, 전 세계 평화 안정에 필수조건이자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경주해 온 원칙으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신임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전화 통화를 통해 한미 동맹과 북핵문제,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루비오 장관은 “한미 동맹은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평화·안보·번영의 핵심 축”이라며 조 장관을 워싱턴으로 초청했다.

하지만 이후 국무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북핵 문제’라는 표현 없이 “양 장관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통의 도전들’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만 담겼다.

외교부는 “해당 자료에 한반도의 평화, 안보, 번영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고 대화 의지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우리 정부는 조속한 대미 접촉을 통해 미국 정책 기조를 확인할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인준청문회에서 발표했듯이 대북정책을 아직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조 장관이 상호 편리한 가능한 이른 시기에 방미해서 북핵 북한 문제를 심도 있게 협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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