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심판 그날 최악의 매출’ 안국동 사장님의 눈물 [세상&]

헌재 앞 골목식당 손님 줄고 매출 직격탄
최상목 권한대행 추경 편성 가능성 시사
“을사년엔 정치 안정됐으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의 한 골목에 식당들이 모여있다. 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테이블 10개가 한 번도 제대로 돌지 못한 건 개업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추가로 대출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막막합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에서 골목식당을 운영하는 신모(30) 씨는 이같이 말했다. 신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처음 출석한 지난 21일 매출액을 말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신씨는 “경기가 나빠 재료비와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든데 계엄과 잦은 집회로 외국인 관광객은 줄고 동네 상권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답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내수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자영업자들은 새해에도 이어지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안국역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4) 씨는 연말·연초 매출이 급감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연말 모임이나 신년회 예약이 대거 취소됐고 공휴일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며 “특히 지난 화요일엔 골목 통제로 손님이 아예 들어오지 못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 리스크만 없었어도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안국역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이모(50) 씨는 “안국역 상권은 북촌 한옥마을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데, 보면 알겠지만 한복 입은 손님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장사는 장사하는 사람 역량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동네의 분위기와 같이 호흡하는 것인데 동네가 갈등의 축소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1.7%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친 데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국내총샌산 감소 폭이 약 6조3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 부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 권한대행은 “어려운 민생 지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경제계 등 일선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을사년 새해 소망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종로구에서 가족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0) 씨는 “지원금이나 대출금리 낮춰주는 것도 좋지만 장사하면서 제일 중요한 건 손님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이라며 “새해에는 정치가 안정돼서 연말연시에 가족 모임이랑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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