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자 중 유일한 두 자릿수
경선 변수·유력 주자 ‘갑론을박’
“계파도 있었다” “보수 과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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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여권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주시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실시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유력 보수주자들을 제치고 예상 밖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보수 결집 양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지, 판을 흔들 유의미한 변수가 될지 여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달 21~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1%)에 이어 김 장관(11%)은 2위를 기록했다. 김 장관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3%)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유승민 전 의원(각 1%) 등 보수 진영에서 주목했던 유력 주자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두 자릿수의 지지율을 얻었다.
김 장관은 ▷국민의힘 지지(28%) ▷보수(25%) ▷대통령 탄핵 반대(31%) ▷정권 유지(28%) 응답자층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장관 취임 직후였던 지난해 9월 약 8년 만에 갤럽 조사에 재등장했고, 이달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이번 기록은 김 장관의 지지율 최고치이기도 하다. 갤럽에 따르면 김 장관이 거론된 2014년 8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조사에서 그의 선호도는 2~6%였다.
김 장관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도 14%를 얻으며 이재명 대표(2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김 장관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보수 결집 현상과 짙어진 ‘반이재명’ 정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11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국무위원 전원 기립 사과’ 요구를 홀로 거부한 강성 보수 인사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홍준표 시장이나, 지난해 7·23 전당대회에 친윤(친윤석열) 주자로 나섰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보다 강성으로 분류하는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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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월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 |
여권에서는 관망과 우려,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김 장관의 선전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쪽에서는 “확장성이 없다”란 지적과 함께, 김 장관의 지지세가 조기대선 현실화 시 다른 주자를 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김 장관 지지층의 향방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보수주자들이 김 장관의 상승세에 침묵하고 있는 것 역시 그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행보로 여겨진다.
반면 김 장관의 강세가 장기화한다면 단숨에 유력주자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감도 슬슬 피어오르고 있다. 대구·경북(TK) 출생의 노동운동가 출신, 3선 국회의원(경기 부천 소사)·재선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수도권에 기반을 둔 그의 정치 이력이 갖는 특징 때문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이 아니라 ‘김문수계’까지 있었던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렸던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며 “정치를 알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에도) 침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상승세 자체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김 장관이 보수 후보 1등이라는 건 그만큼 여론조사에 보수가 과표집 됐다는 것”이라며 “지도부도, 당 의원들도 여론조사를 믿고 착각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갤럽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다. NBS 조사는 응답률 22.2%, 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