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담당한 주은정 금융테크부 부장 인터뷰
X세대, 소득 높지만 가족한테 다 써
부모·자식 부양에 10명 중 6명 노후 취약
주거래은행 방문해 노후자금 점검도 방법
‘X세대’ 조사 토대로 전세대 DB활용 체계 구축
작년 말 우리금융그룹이 ‘2024 우리금융 트렌트 보고서’를 통해 X세대의 경제력, 일상, 노후준비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보고서를 담당한 주은정 우리금융지주 금융테크부장은 “X세는 축적된 경험과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X세대(1970~1979년생)는 가족 사랑도 남다릅니다. 부모, 자식 챙기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소홀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연금상품을 하나씩 점검하고 더 늦기 전에 준비해야 합니다.”
금융 트렌드 리포트인 ‘X세대의 생활’을 발간한 우리금융지주의 주은정 금융테크부 부장은 최근 서울 중구 우리금융디지털타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X세대는 점진적으로 늘어남과 동시에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지출과 연금부터 점검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X세대를 비롯한 전 세대가 서로를 공감하고 미래 금융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금융 트렌드를 살펴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기 위해 세대별, 자산별 고객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살펴보는 주요 세대는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이거나 은퇴 이후 시니어로 관심이 쏠렸다. 이 틈에 껴 있는 X세대를 살펴본 분석은 드물다. 이런 가운데 작년 말 우리금융지주가 ‘X세대’를 집중 추적한 리포트를 펴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소득과 지출, 재테크 현황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변에서 나를 꼰대라고 부르는 데 얼마나 동의하나’, ‘자녀와 대화하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있는가’ 등 X세대의 일상까지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그 결과, ‘X세대’는 부모·자식 부양에 10명 중 6명이 아직 노후 대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가족을 챙기는 정도는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X세대의 85%는 부모나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43%는 부모와 자녀를 동시에 지원하는 ‘이중부양’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기사가 보도되자 “우리 세대 다들 힘내라!”, “주춧돌로 애썼고 더 단단히 버텨보자” 등 공감의 댓글이 쏟아졌다.
주은정 부장은 이런 결과에 대해 “신인류로 불렸던 X세대도 결국 평범한 어른들이었다”라고 표현했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주 부장 역시 X세대다. 그도 30여년 전 입사 당시 선배들을 보며 ‘회의가 비효율적으로 길다’고 생각했으며 선배들 역시 그를 보며 ‘요새 애들은 말이 너무 빠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40대가 되고 부장 직함을 단 지금 나를 보니 ‘꼰대’가 되어 있더라”하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당시 ‘신인류’로 불렸던 X세대는 자기주장도 강하고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이 확실한 세대라 노후 준비를 잘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조사결과는 반대였다”면서 “부모와 자녀를 챙기느라 정작 본인들의 노후 준비는 소홀했다”고 했다. 이어 “세대를 이해한다는 건 MZ와 X세대만의 특성보다 40·50대가 되면서 느끼는 삶의 무게, 비트코인의 등장과 같이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 등이 더 결정적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은정 우리금융지주 금융테크부장은 “현재 사회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X세대는 가장 많이 벌고 있으나 가장 많이 쓰기도 한다”면서 노후준비를 위해선 ‘연금 점검’은 필수라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
X세대는 전 세대 중 재테크에 가장 적극적이다. 저축·연금 등을 포함한 저축성보험(응답률 49.3%)과 펀드 보유율(23.2%)이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았다. ‘부동산 투자는 필수’라는 공감대도 강하다. X세대의 주택 보유율은 M세대(55.2%)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75.5%에 달했다. 저축에서부터 주식·펀드, 부동산까지도 투자를 두루 병행하는 세대인 것이다.
X세대 사이에서 양극화가 심한 자산군을 묻자 그는 ‘부동산’을 꼽았다. 그는 “X세대 4명 중 1명은 무주택자(가구 기준)라고 응답한 반면,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무려 13%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역시 X세대지만 가정을 꾸리거나 경제 활동을 해나가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괜찮은 지역에 일찍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자산 격차가 벌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주 부장은 은퇴 전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리적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X세대는 거주 중인 부동산을 제외하면 활용 가능한 투자자산과 연금 자산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보유 중인 자산을 활용한 현금흐름 확보 방안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 자산 비중이 크다면 다운사이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수입을 늘리고,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첫 해다. 은퇴 후에도 꾸준히 생기는 현금 흐름을 만들려면 탄탄한 연금 설계는 필수다. 현재까지 적립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쌓은 ‘3층 연금’과 기타 활용 가능한 은퇴자산을 기반으로 은퇴 후 필요자금의 과부족을 실질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주은정 부장 역시 “가입 중인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등 금융상품 재점검이 첫 시작”이라며 “40대는 소득과 지출 동시에 급증하는 시기인 만큼, 무분별한 지출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설계 시뮬레이션을 통해 은퇴 후 예상 현금흐름을 직접 계산하고 확인해 볼 것을 권장한다”면서 “특히 주거래 금융기관의 전문가를 통해 운용 중인 금융자산을 점검한다면 더 꼼꼼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일찍이 자신의 노후대비를 충분히 한 경우라면 사전 증여와 상속세 절세방안도 미리 대비하면 좋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세대별 맞춤형 금융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주 부장은 “전 세대별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 결과 데이터를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 내부 데이터에 신뢰성이 높은 리서치 기관의 외부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활용한다면, 더 정교하게 금융소비자를 비교·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구현한 그룹 데이터 플랫폼도 곧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