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캐피탈 원 아레나에서 열린 첫 퍼레이드에 참석한 모습. 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네이비색 실크 울 코트와 같은 색의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실크 울 펜슬 스커트, 목 위로 약간 올라오는 크림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20일 미국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이 이뤄진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온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패션이 눈길을 끌었다. 넓은 챙의 모자를 착용한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의 왼쪽 볼에 입술이 닿지 않아 허공에 입맞춤을 하고 끝나는 광경도 연출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영부인의 패션은 매번 세간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영부인들이 취임식에서 어떠한 옷을 입었고, 디자이너가 누군인지에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역대 영부인들 모습. 천예선 기자 |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국역사박물관에 역대 영부인이 취임식에서 입은 드레스들이 전시돼 있다. 천예선 기자 |
영부인의 취임식 의상엔 다양한 함의가 담겨 있어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이들이 선택한 디자이너도 덩달아 조명을 받는다. 미국 수도 워싱턴D.C. 국립미국역사박물관에는 역대 영부인들의 초상화와 함께 이들이 취임식에서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 가방, 구두 등 장신구들이 전시돼 있다.
이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은 역대 영부인들에게 패션은 ‘소통의 도구’로, 이를 통해 신중하게 계획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해왔다고 분석했다.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입맞춤을 하는 모습. 당시 멜라니아가 착용한 긴 챙의 모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술이 멜라니아 여사의 왼쪽 볼에 닿지 못한 채 허공에 입맞춤을 하는 광경이 그려졌다. [유튜브 캡처] |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주 취임식에서 짙은 네이비색 실크 울 코트와 동일한 색의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실크 울 펜슬 스커트, 목 위로 약간 올라오는 크림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모자의 챙이 넓은 탓에 눈가를 덮어 그의 눈빛을 읽을 수 없었다. 미국 언론은 멜라니아 여사가 이날 체형에 딱 맞는 더블 버튼 코트의 단추를 빠짐없이 채워 입은 모습 등을 통해 그의 옷이 ‘갑옷’을 연상케 했다고 평가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멜라니아가 미국식 패션 갑옷을 입고 워싱턴으로 돌아왔다”며 “마치 마피아 미망인이나 이름 없는 종교 집단의 고위 성직자 같은 인상을 풍겼고, 거기에는 약간의 ‘마이 페어 레이디’(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같은 느낌도 있었다”고 전했다.
CNN은 “멜라니아 여사의 모자는 깔끔한 밀리터리 스타일의 앙상블에 절제된 화려함을 더했다”면서도 멜라니아 여사의 어두운 의상으로 인해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남편의)두 번째 임기에 대한 열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 듯했다”고 평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날 의상은 미국의 신진 디자이너 애덤 리페스가 디자인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착용한 모자는 또 다른 미국 디자이너 에릭 자비츠의 제품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전했다.
일각에선 이날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은 그가 정치 무대에 등장한 이래로 일관되게 유지해 온 방어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내놨다. 특히 멜라니아 여사가 이날 쓴 모자는 의도적으로 그의 표정을 가리도록 디자인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온라인상에서는 “마이클 잭슨인줄” “남편 취임식인데 장례식 온것 같다” “킬힐에 모델 출신이라 잘 어울리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가 열린 리버티 볼에 도착하고 있다. [EPA] |
같은날 오후 진행된 무도회에서 멜라니아 여사는 화이트에 블랙 포인트가 들어간 드레스를 입었다. 어깨선이 드러난 이 드레스는 2017년 1월 당시 취임식 때 입은 드레스를 디자인한 에르베 피에르가 맞춤 제작했다.
지난 2001년 1월 20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영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에 참여한 모습. [로이터] |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영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지난 2001년 1월 제43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에서 재클린 스타일의 푸른색 계열의 코트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날 열린 취임식 기념 무도회에선 실크 조젯 위에 크리스탈 자수가 새겨진 샹틸리 레이스의 루비 레드 드레스를 입었다. 이날 취임식과 무도회의 의상은 텍사스 출신의 디자이너 마이클 페어클로스가 제작했다.
지난 2001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춤을 추고 있다. [인터넷 캡처] |
지난 2005년 로라 부시 여사가 재선에 성공한 남편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취임식 퍼레이드에서 걷고 있다. [로이터] |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05년 취임식에서 부시 여사는 우아한 느낌의 화이트 캐시미어 코트와 드레스를 입었다.
취임식 무도회에선 구슬과 크리스탈을 수놓은 긴팔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의상들 역시 4년 전처럼 패션 브랜드 ‘오스카 드 라 렌타’.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가 제작했다.
지난 2005년 1월 로라 부시 전 영부인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취임식 무도회에 참여한 모습. [로이터] |
2009년 1월 미셸 오바마 전 여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통령 취임식 퍼레이드에 참여한 모습. [로이터] |
제44대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취임식 의상은 노란색 바탕의 코트와 드레스였다. 같은 반짝이는 흰색 꽃무늬가 들어간 드레스 위에 같은 색 코트를 입어 밝고 화사한 느낌을 줬다.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취임식의 축하행사인 무도회에서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착용한 드레스. [로이터] |
취임 축하연에선 뉴욕의 대만계 디자이너 제이슨 우(Jason Wu)가 맞춤 제작한 프릴 달린 흰색 시폰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제이슨 우의 의상을 영부인 드레스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국역사박물관에 미셸 오바마 여사의가 취임식 당시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 구두가 전시 돼 있다. 천예선 기자 |
오바마 여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선이기도 한 2013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감청색(navy blue) 코트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셸 여사는 이날 미국의 디자이너 리드 크라코프의 카디건 위에 톰 브라운 체크무늬 코트를 걸쳐 입었다. 지난 2009년 취임식에서 노란색 바탕에 반짝이는 흰색 꽃무늬가 들어간 드레스 위에 같은 색 코트를 입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드레스 코드’였다.
지난 2013년 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취임식 퍼레이드를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
같은 날 무도회에선 광택이 도는 시폰과 벨벳 소재의 붉은 루비색 드레스를 입었다. 1기 취임 축하연에서 선보였던 드레스보다 현대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지미 추의 빨간색 공단 펌프스(지퍼나 끈이 없고 발등이 팬 여성용 구두)를 신어 색감도 맞췄다.
미셸 오바마 전 여사가 지난 2013년 1월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
해당 무도회의 의상도 이전 취임식 무도회에서 의상 제작을 맡은 제이슨 우가 맡게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미 USA 투데이에 따르면 초선과 재선 취임 무도회에서 미 영부인이 한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前) 대통령의 부인인 낸시 여사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7년 1월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남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2017년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옅은 푸른색 계열의 캐시미어 소재 투피스를 입고 긴 장갑을 꼈다. 멜라니아 여사는 당시 둥근 어깨선과 터틀넥 재킷, 스웨이드 장갑이 어우러진 복고풍 디자인을 착용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를 연상시키기도 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에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다. [로이터] |
해당 의상은 아메리칸드림의 신화를 일군 것으로 정평이 난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당시 미국의 대표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의상을 선택한 것이 탁월했다는 평가와 함께 애국주의와 글로벌리즘을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 D.C. 국립미국역사박물관에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취임식 당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 구두가 전시 돼 있다. 천예선 기자 |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는 에르베 피에르의 흰색 크레이프 드레스를 입었는데, 어깨끈이 없고 주름장식에 하늘거리는 이 드레스는 트럼프의 완고한 국가주의를 융화시키는 평화의 신호로 해석됐다.
지난 2021년 1월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AP]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옅은 푸른색 계열의 울 트위드 코트 정장을 입고 긴 장갑을 꼈다. 이는 미국 디자이너 알렉산드라 오닐의 브랜드 마카리안의 옷으로, 주문 제작했다고 한다. 오닐은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자이너고 마카리안은 뉴욕에 있는 여성 명품 브랜드이다.
특히 바이든 여사는 50개의 주를 상징하는 꽃이 새겨진 코트를 입어 통합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의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 2021년 1월 오후 대통령 취임행사에 참석한 모습.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통적으로 이어지던 무도회 등 축하행사가 취소됐다. [로이터] |
오닐은 이 같은 디자인의 의상을 제작한 배경에 대해 “푸른색은 신뢰와 충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색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취임식 의상을 제작한 브랜드 마카리안 측도 “신뢰, 자신감, 안정성을 나타내기 위해 블루 컬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D.C. 스미소니언재단 국립미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질 바이든 여사의 취임식 의상. 오른쪽으로 취임식 펜데믹 당시 착용한 마스크가 보인다. 천예선 기자 |
바이든 여사는 전 영부인들이 지킨 전통에 따라 질은 취임식에서 입은 의상을 스미스소니언 재단에 기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무도회가 취소된 당시, 바이든 여사는 가브리엘라 허스트가 만든 하얀색 코트와 드레스를 입었다. 해당 의상들에는 미국 내 모든 주와 지역의 연방 꽃을 상징하는 자수가 새겨 단결의 의미를 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미국 대통령 영부인.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