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재확인·여론 형성 포석
강해진 지지층 모인 ‘행한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4일 진종오 의원 등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과 만나 오찬을 가졌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SNS]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설 연휴 밥상 여론에 자연스럽게 안착했다. 다름 아닌 친한(친한동훈)계 측근의 ‘목격담’을 통해서다.
2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초선·비례)을 비롯한 소수의 친한계 지도부 출신 인사들과 만나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기죽지 말라”, “국민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인 만큼 단단하게 잘 추슬러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깜짝 만남’은 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 의원은 “저도 나라만 생각하고 함께 가겠습니다”라는 글도 함께 게시했다. 오찬 참석자들은 만남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에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 의원은 통화에서 “명절 전에 한 번 뵙기로 했던 것”이라며 “명절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만남을 조기대선 가능성과 연계한 ‘세 규합’이라 보는 정치적 해석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약속이 돼 있었다”라며 거리를 뒀다.
진 의원은 지난해 7·23 전당대회에서 ‘팀 한동훈’으로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해 당선된 친한계 최측근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해 12월14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의원에 이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고, 이는 한동훈 지도부 붕괴로 이어졌다.
이번 만남을 여권에서는 한 전 대표의 ‘재등판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가 짙다. 지도부 붕괴 사태 이후에도 친한계가 건재하다는 신호이자, 사퇴 이후 회복이 주춤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복귀 여론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에서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총선 직전인 지난해 3월 24%까지 올랐으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져 5~6%에 머무르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세 규합을 하면)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 원래 연휴 이후에 전략적으로 움직이려고 했었다”라며 “이번에 진 의원이 나선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를 언급하는 친한계의 목소리는 늘어나고 있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25일) TV조선 인터뷰에서 “한동훈 전 대표는 정치를 포기한 적도, 은퇴를 선언한 적도 없고 잠시 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활동을 재개하고 자연스럽게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대선이 확정되면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22대 총선 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 몸담았던 김종혁 비대위원도 23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 한 전 대표가 저한테 ‘잘 지내시죠’라며 문제를 보냈다”라며 “(등판 시기를 놓고) 많이 고민하고 있지 않나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설 지나면 어떤 식으로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망했다.
한 전 대표의 지지자들도 자발적인 ‘한동훈 띄우기’에 나선 상태다. 한 전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새롭게 출범한 회원 4000여명 규모의 ‘행동하는 한동훈 지지자들(행한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 지역에 ‘새해에는 한동훈과 미래로’, ‘한동훈! 보수혁신 정치개혁의 희망’, ‘한동훈과 함께 대한민국 우상향’ 등 한 전 대표 지지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행한지는 한 전 대표의 기존 팬클럽인 ‘위드후니’에서 분화한 모임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도부 붕괴 사태 이후 한동훈 대표를 적극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지지층이 따로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