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활주로 2㎞ 앞두고 블랙박스 정지”··· 제주항공 사고 첫 정식 조사보고서 발간

사고 개요·향후 조사 계획 등 포함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 충돌한 조류 개체 수는 파악 안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6일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서 동체의 꼬리날개 부분 인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 기록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약 2㎞까지 접근한 상태에서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30일째인 27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담은 예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사고 이후 항철위가 처음으로 공표한 정식 조사 보고서다.

보고서에서는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기록이 한꺼번에 멈췄을 때의 대략적인 운항 위치가 공개됐다. 블랙박스 기록은 사고기가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8분 50초부터 남아 있지 않다.

항철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사고기는 원래 착륙하려던 방향인 01활주로의 시작점(활주로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약 1.1NM(해리) 떨어진 바다 위를 비행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터로 환산하면 약 2천37m의 거리다.

착륙이 임박했던 만큼 속도는 161노트(시속 약 298㎞), 고도는 498피트(약 151m)로 낮아진 상태였다. 이때 양쪽 엔진에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항철위 조사 결과 두 엔진 모두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항철위는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이나 충돌한 조류 개체 수, 다른 조류가 포함됐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오전 9시 기준) 바람은 110도 방향에서 2노트(약 3.7㎞)로 불고 있었다. 시정은 9천m며 구름은 4천500피트(약 1.37㎞)에 조금 있어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온도는 2도에 노점온도(이슬점)는 0도, 해면 기압은 1천28헥토파스칼(hPa)로 특별한 기상 변화는 없었다고 항철위는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사고 개요와 항공기 이력, 조종사 경력 등의 조사 결과 및 사고 현장 상황 등 그간 초기 조사로 파악된 내용이 담겼다.

사고기는 B737-800 기종(등록번호 HL8088)으로, 미국 보잉에서 제작해 2009년 9월 4일 유럽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에서 처음 인도받아 운항하다가 2017년 2월 3일 제주항공에서 리스로 도입해 운영해 왔다.

기장(45)은 총 비행시간이 6천823시간으로, 이 가운데 사고 기종으로 비행한 시간이 6천96시간(기장으로서 비행한 시간은 2천559시간)이었다. 사고 직전 90일간 비행시간은 186시간으로 조사됐다.

부기장(35)은 총 1천650시간을 비행했으며 이 중 사고 기종은 1천339시간 운항했다. 사고 이전 90일 중에는 164시간을 비행했다.

사고 항공편인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현지시간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오전 4시 30분)께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 등 181명을 태우고 이륙했다.

이후 한국시간 오전 8시 54분 43분, 사고기는 무안공항 관제탑과 착륙을 위한 최초 교신을 했고 관제탑에서는 01활주로 착륙을 허가했다.

착륙 허가를 받은 사고기는 01활주로로 접근 중 오전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을 주의하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로부터 꼭 1분 뒤 블랙박스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사고기는 그 직후인 오전 8시 58분 56초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3회 외치는 동시에 고도를 높이는 복행을 했다.

이후 01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로 착륙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활주로에 맞춰서 접근했다.

활주로19에는 착륙기어 장치(랜딩기어)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했고, 활주 중 활주로를 초과해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했다.

둔덕과 충돌한 뒤에는 화재와 일부 폭발이 발생했다. 이 충돌로 두 개의 엔진은 둔덕의 흙더미에 묻혔고, 기체 전방 부위는 둔덕으로부터 약 30∼200m까지 흩어졌다. 후방 동체의 꼬리 부분은 둔덕 바로 너머에서 일부가 전소된 상태였다.

이 사고로 운항 및 객실 승무원 4명과 승객 175명 등 총 179명이 사망했다. 객실 승무원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조류 충돌이 블랙박스를 비롯한 항공기 장치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게 된 경위와 복행 및 착륙 활주로 변경의 배경, 로컬라이저 둔덕이 피해 규모에 미친 영향 등은 추후 드러날 전망이다.

보고서에는 사고 현장 전경과 흙더미에 묻힌 상태의 양쪽 엔진 등의 현장 사진도 담겼다.

사고 조사 매뉴얼에 따르면 항철위는 예비보고서에 필요시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기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문제 지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항철위는 “조사 중 안전 및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내용을 검토해 긴급 안전권고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조사계획에 대해 항철위는 “조류 충돌, 엔진 분해 검사, FDR·CVR 자료 분석, 관제 자료, 부품 정밀검사와 방위각 시설물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명확한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철위 관계자는 “예비보고서에 수록된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최종 보고서에는 오류가 수정된 내용이 담길 것”이라며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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