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주력시장·자금조달 여건 등 영향 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대통령 탄핵 사태 등에 따른 정치 불안은 ‘투자’보다는 ‘소비’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정처는 최근 발간한 ‘NABO 경제동향&이슈’에서 과거 두 번의 대통령 탄핵사례를 참조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명동길을 찾은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은 그해 3월 9일 발의돼 같은 달 12일 가결됐다. 이후 64일 만인 5월 14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 탄핵안이 2016년 12월 3일 발의돼 그달 9일 가결됐고, 이듬해 3월 10일 인용됐다.
예정처는 “소비는 두 차례 모두 탄핵안 발의 이전 2분기 간 위축되다가 탄핵이 발의된 시점에서 최솟값에 이르고, 이후 점차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에서는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기업투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 등 주력 매출시장 여건 ▷금리 등 자금조달 여건 ▷기업의 자체 투자 전략 등의 요인에 더 많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예정처는 설명했다.
탄핵 전후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 추이 [국회예산정책처] |
실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예정처는 이와 관련해서도 “과거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시기의 소비자심리지수 변화폭이 4포인트 내외였던 점에 비춰 이례적”이라며 “이번 정치불안이 비상계엄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촉발됐다는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탄핵 사례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발의~인용)는 2004년 1분기에는 95.0에서 2분기 89.0으로 하락했다. 지난 2016년에는 12월 94.3에서 2017년 1월 93.3으로 내린 뒤 2월 94.5, 3월 97.0으로 움직였다.
정부와 한국은행 역시 지난 23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하면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지난 4분기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건설투자보다는, 민간소비가 국내 정치 불안에 따라 위축된 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0.1%로 집계됐고, 연간 성장률도 2.0%에 그쳤다.
정부는 당시 “한은은 지난해 11월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0.2% 증가했다”면서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의 영향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정국 불안의 영향이 없었다면 고물가·고금리가 완화되고 소득 여건이 완만하게 개선되면서 민간소비는 최소한 유지되거나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였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