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호위무사 박종준, 보석 석방 조지호 모두 이들을 찾았다 [취재메타]

경찰대 동문 변호사들에 SOS
조지호 사건 등 ‘경찰대 출신 변호인’ 多
경찰 조직 이해도·법적 전문성으로 무장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내란 등 혐의에 연루된 고위직 경찰 상당수가 경찰대학 동문인 변호사들에게 법률적 조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직에 정통한 이들은 법적 전문성 등을 활용해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법률대리 업무 전반을 도맡고 있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경찰대 동기 조지호 변호


2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은 일찌감치 경찰대학 동문인 노정환(58) 법률사무소 행복한동행 대표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앞서 조 청장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국회 외곽을 봉쇄한 혐의 등으로 이달 8일 구속 기소됐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를 맡고 있는 노 변호사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조 청장과 같은 경찰대학 6기로 졸업했다. 경찰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검사장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노 변호사는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26기로 수료했다. 1997년 창원지검 검사로 임용된 이래 서울지검, 울산지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주중대사관 법무협력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검사,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등을 거쳐 인천지검 제2차장검사, 대전고검 차장검사, 대검 공판송무부장, 대검 인권부장 등을 지냈다. 노 변호사는 이후 청주지검장, 대전지검장, 울산지검장을 차례로 역임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노 변호사는 검찰 재직 당시 한양대 법대 대학원에서 ‘한중 피의자 인신구속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할 만큼 형사 절차에 정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석사학위 논문 주제 역시 ‘구속전피의자심문제도에 관한 고찰’이었다.

최근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보석을 청구했다. 법원이 23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조 청장은 석방됐다. 보석 청구 사건 역시 노 변호사가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경찰대 선배’ 박종준 변호 맡은 후배 변호사


경찰대학 동문 변호사에게 변호를 맡긴 또 다른 인물은 경찰대학 2기로 경찰청 차장 출신인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다. 박 전 처장은 지난달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처장은 경찰의 3차 소환 통보 만에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소환 조사에 응하려 했었지만, 변호인을 준비하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이제야 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처장이 고심 끝에 변호를 맡긴 인물도 경찰대 후배인 허금탁(54) 변호사다.

허 변호사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경찰대학을 9기로 졸업했다. 이후 노량진경찰서 남한강파출소장, 서초경찰서 조사계 반장으로 경찰 생활을 한 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했다. 그는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에도 서초경찰서 자문변호사, 인천지방경찰학교 외래교수 등을 역임하며 경찰 사건을 다수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 국수본 지휘부 법률대리


한편 12·3 비상계엄 당시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조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수사본부 지휘부도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에게 법률 대리를 맡겼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 국수본 지휘부는 참고인 신분에서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 처분에 반발해 지난달 24일 준항고를 제기했는데, 이 사건을 맡은 변호인 역시 경찰대 출신 김신호(46)·이영재(46) 변호사다.

현재 법무법인 우면 소속인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는 모두 경찰대학 18기로 졸업 후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다 대형 로펌 변호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었다.

부산진경찰서 수사과 경제팀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하던 김 변호사는 2014년 제56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뒤 46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부산고법 재판연구원(로클럭)을 거쳐 법무법인 화우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 변호사는 서울 강남경찰서 등 일선에서 근무하다 인하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이후 2019년 제8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다만 우 본부장 등 국수본 지휘부가 제기한 준항고는 지난 13일 “검찰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불복한 국수본 지휘부는 일주일 뒤 재항고했는데, 대법원에 접수된 재항고 사건도 김 변호사와 이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에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은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도나 실무 차원에서 일정 부분 장점이 있기 때문에 형사 사건에서 선호되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요즘에는 경찰 생활을 짧게 하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들이 많아져 이전처럼 ‘경찰대 출신 변호사’라는 메리트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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