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괴롭혔던 ‘골칫거리’ 그림자 다시 스멀스멀…2년 전 악몽 또?

지난해 AI 메모리 ‘eSSD’ 특수로 반등
낸드 사업 두고 비관적 전망 다시 고개
2년 전 조 단위 적자 ‘최악의 부진’ 상기
노트북 등 판매부진에 재고 증가 ‘겹악재’
감산 나섰지만 1분기 다시 적자 전망도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2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챗GPT로 제작]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특수를 누리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1년 만에 다시 비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두고 2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023년 낸드플래시에서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업계는 낸드 생산량 축소로 대응에 나섰지만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IT 제품 판매가 살아나지 않는 한 작년보다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7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9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인 후 12월까지 4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올 1분기 낸드 평균 판매가격은 10~15%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낸드 시장은 지난 2023년 수요 부진과 넘쳐 나는 재고물량으로 인해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해 낸드 사업에서 기록한 영업적자 규모만 각각 11조원, 8조원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2024년 들어 양사는 낸드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D램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면 낸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eSSD)가 실적 반전을 주도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PS1012 U.2’. [SK하이닉스 제공]


eSSD는 HBM과 더불어 AI 메모리 시장에서 최근 각광 받고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고용량 eSSD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진행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평균 판매가격이 높은 eSSD 매출이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하면서 낸드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이뤘을 뿐 아니라 연간 기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낸드 연간 영업이익을 약 3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확정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약 7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낸드 시장은 다시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라는 겹악재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생산업체들이 재차 감산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낸드 감산을 발표했으며 SK하이닉스도 1분기 낸드 출하량을 전 분기 대비 10% 후반 수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23일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소비자 가전 제품의 출하량이 여전히 부진하고, 기업들의 IT 투자 둔화로 eSSD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일본 키옥시아도 감산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8세대 V낸드(오른쪽 아래)와 SK하이닉스의 321단 4D 낸드 샘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제공]


당장 올 1분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이 모두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1분기 낸드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가 1분기 1020억원, SK하이닉스가 1660억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3파전을 벌이고 있지만 낸드는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까지 참전해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공급량도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도 높은 감산에도 낸드 업황 회복이 D램에 비해 더딘 이유다.

업계는 올해도 고부가가치 제품인 eSSD 생산에 집중하며 낸드 사업의 수익성 방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낸드 업체들이 감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추정치보다 이른 시기에 수급 밸런스가 개선될 가능성은 상존한다”면서도 “향후 실적 상향 여력은 낸드 가격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낸드를 포함한 범용 메모리 부문의 이익 감소가 자명한 만큼 이를 상쇄할 HBM 등 다른 제품의 실적 성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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