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지내기전 한나절 여행 삼례문화예술촌
방탄소년단 왔던 위봉산자락 봉강요 도예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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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문화예술촌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아픔의 장소가 즐거운 공간이 된 여행지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설 차례준비가 다 되었다면, 또는 설 차례를 지낸 후에, 잠시 다녀올 만 한 곳이겠다.
삼례양곡창고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수탈 목적으로 지었다. 완주지방의 식민 농업 회사인 전북농장, 조선농장, 공축농원과 함께 우리나라 생산물을 부당하게 일본으로 빼돌리는 전위대 역할을 했다.
1914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삼례역 철도를 이용해 군산으로 양곡을 이출하는 기지였다.
군산 일대 조석 간만의 차가 커서 만조 시에 삼례 비비정마을까지 바닷물이 유입되어 들어오면 배로도 양곡을 수탈했다.
비비정 역시 지금은 만경강 철교위 예술열차카페가 있고, 방탄소년단(BTS)가 다녀간 비비낙안이 있는, 즐거움의 장소가 되었다.
▶아픈 장소를 즐거움의 공간으로
삼례 양곡창고는 해방후엔 우리가 먹는 우리 쌀을 저장하는 기능을 하면서 2010년까지 이어졌지만, 저장기술 발달 등 환경 변화로 용도 폐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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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문화예술촌의 이미 지난 전시 알림 그림이라도 수탈창고와 묘한 대비를 보이며 여전히 작품성을 간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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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예술로 만든 거대 달팽이 |
그러다, 2013년 6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양곡창고는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담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을 도모하게 되었고, 2018년 3월, ‘삼례를 세계로!, 세계는 삼례로!’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금의 정취를 담은 모습으로 본격 출범했다.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 지어진 건물 양식과 흔적이 보존되어 있다.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예술공간이다. 예술촌 내부 건축물들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공원에서 보던 가우디의 타일 벤치가 여행객을 반긴다. 예술촌 내 카페이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가우디 의자에 앉은 다음, 양곡창고에 그려진 크림트의 작품(이미 지난 전시행사 알림용 필사 그림)을 감상한다.
대지면적 1만1825m², 건축면적 2498m²의 예술촌에는 비주얼 미디어아트 미술관, 디자인 뮤지엄, 책 박물관, 책공방북아트센터, 김상림목공소, 문화카페가 있다. 예술촌 입구의 일본 전통가옥으로 지어진 건물은 인포메이션 센터 겸 종합세미나실로 탈바꿈했다.
▶책마을 DJ 김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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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북카페의 어린왕자 |
예술촌 바로 옆에는 책마을이 있다. 2016년 8월 문을 연 삼례책마을은 책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북카페 입구에 들어설 때 문 위에 걸터앉은 어린왕자가 반긴다.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루어진 북 하우스와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시설을 갖춘 북 갤러리 등 세 동의 건물로 구성되었다. 특히 고서와 기록, 수집에 관심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같은 완주 여행지다.
삼례책마을은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과거의 양식창고가 현재의 지식창고로 이어지고 있는 아주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세미나, 전시회, 음악 공연, 북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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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책마을 책박물관,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 |
현재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960~90년대까지의 음반 8000여 장과 유명 가수 사진, 인터뷰 녹음테이프, CD, 방송원고, 음악 도서, 음향기기 등 2만여 점이 전시된다.
김광한의 방송 육성 녹음 파일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추억의 ‘골든팝스’도 상영한다. 전시는 2025년 4월 14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완주는 방탄소년단(BTS)과의 두차례 인연(서머패키지 촬영, 앨범재킷 촬영) 때문에 삼례 만경강변 비비정과 비비낙안, 오성제 둑방길, 오성한옥마을, 위봉산성, 남녀를 각각 상징하는 경각산과 모악산은 팬클럽 ‘아미’들에게 어느정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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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촬영한 곳 오성제 저수지 둑방길 소나무 |
▶위봉산성에서 다시 방탄소년단 처럼 사진찍기
위봉산성은 1675년(숙종 1)에 7년에 거쳐 쌓은 포곡식 산성이다. 전라감사 권재윤이 유사시에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영정, 조경묘의 시조 위패를 옮겨 봉안하기 위해 전주 근처에 험한 지형을 골라 성을 축조했다. 실제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주부성이 점령되자 영정과 위패를 이곳으로 옮겨놓기도 했다.
이 성은 당초 폭 3m, 높이 4~5m, 16km 둘레로 만들어져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다. 지금은 일부 성벽과 동·서·북 3개문 중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데, 이 역시 문 위에 있던 3칸의 문루는 붕괴되어 사라지고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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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의 방탄소년단 흉내내기 |
이곳에 주인공을 세우고 사진찍어 주는 친구가 아래에서 위로, 아치 사이로 촬영하면 BTS 재현샷이 나온다. 또 널직한 성벽 위에 앉거나 서서 포즈를 취해도 좋다.
위봉산성 동문 쪽에 있는 위봉폭포는 높이 60m의 2단 폭포로 여름철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예부터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도로에서 폭포 아래까지는 목재 계단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쉽게 폭포에 다가갈 수 있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위봉폭포는 비온 뒤 물이 많을 때 더욱 좋다.
위봉폭포가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나라 판소리 8대 명창으로 정조와 순조 때 활약한 권삼득 선생이 수련하며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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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위봉사 |
▶위봉산 자락 봉강요의 정취
위봉폭포는 전북 천리 길의 완주구간 노선인 ‘고종시 마실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고종시는 조선시대 고종 임금이 이곳 동상면에서 나는 곶감을 즐겨 먹어 붙여진 곶감 종류. 보통 감보다 알이 작고 씨가 없으며 맛이 달다. 고종시 마실길은 위봉산성~위봉사∼위봉폭포∼송곶재∼시향전망대∼다자미마을을 지나 동상면 학동마을까지 이어진다.
가까운 곳에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웅치전적지(전라북도기념물 제25호)와 종남산 기슭에 송광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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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강요 전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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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강요 전북명장, 진정욱 도예가 |
완주의 요즘 신상은 위봉산 자락에 위치한 봉강요이다. 전북명장으로 선정된 도예가 진정욱 대표가 운영하는 도예복합문화공간이다. 2024년 전라북도 치유관광지로 선정된 봉강요는 자연 속에서 쉬고, 느끼고, 힐링 할 수 있어 찾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조용한 산속 깊은 미술관에서 다양한 작품도 감상하고,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봉강요의 시그니처는 도장을 이용해 점토에 찍는 ‘인화문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도자기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미리 준비된 도장을 이용해 무늬를 담아낼 수 있다. 체험은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작품이 완성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봉강요는 한적한 숲에서 여유롭게 자연을 느껴보고, 세상에 하나 뿐인 도자기도 만들 수 있는 감춰진 보석같은 여행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