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항소심 선고 앞두고 신중 행보
삼성 위기 극복 위한 ‘메시지’ 낼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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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매 명절마다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설에는 출장 없이 조용한 연휴를 보낸다. 오는 2월 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대외 활동 보다는 국내에 머물며 회사 내부 점검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선고 후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 설 연휴에 별다른 해외 출장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최근 몇년 간 설과 추석 연휴 기간을 활용해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현장 경영에 나서왔다.
내달 3일 ‘회계부정·부당합병’ 혐의 관련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이 회장의 해외 출장 계획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며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아무래도 예년처럼 출장길에 나서기가 다소 조심스러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2심 결심 공판에서 “최근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 지금 저희가 맞은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했거나 투자자를 속이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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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앞선 1심에서 이 회장은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상황이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2심 선고 이후 이 회장의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 기둥과 다름 없는 ‘반도체’에서 기술력에 뒤쳐지며 전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이 회장의 직접적인 메시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회장 취임 이후 침묵의 리더십을 이어오고 있다. 해외 출장 및 국내 사업장 점검 등을 통해 임직원들과 소통하고는 있지만, 1993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과 같은 비전 선포는 아직까지 없다. 이를 두고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분석과 이 회장의 고유한 경영 스타일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혼재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2심 선고 이후 현장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출장길에 뒤늦게 나서거나 국내 반도체 사업장 또는 바이오 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방문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 주주에 오르며 로봇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 점검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 회장은 10년 여간 매년 설과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점검해왔다. 지난해 설에는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찾았다. 지난해 추석에는 이스라엘 삼성전자 R&D센터, 이집트 TV·태블릿 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삼성물산 네옴시티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2022년 추석에는 멕시코·파나마 법인을 찾아 중남미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