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부러지고 머리 찢어져도’… 경찰 ‘최루액도 주저주저’ [세상&]

尹 헌재 오던 날…警 “최루액만 추가로 챙겨라”
‘공격형 장비’ 자제 계기는…‘농민 사망’ 사건
警, 수비형 장비 보강…‘안전헬멧’ 2300개 주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 너머로 시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경찰은 지난 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여파에도 최대한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사례와 같이 경찰장비를 사용할 경우 자칫 과잉 진압으로 이어지거나 집회 시위자들을 자극해 유혈사태로 확대될 거라는 우려에서다.

尹 헌재 오던 날…警 “최루액만 추가로 챙겨라”


경찰은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탄핵 심판 출석을 앞두고 지지자 집회가 확대될 것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인근에 기동대 64개 부대, 4000여명을 배치했다. 이는 앞서 18~1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집단 폭력난동 사태 여파로 혹시 모를 유사 사태를 막으려는 조치였다.

특히 서울경찰은 당시 대책 회의를 열고 집회에서 폭력 사태 등이 발생하면 공격형 장비를 적극 사용하도록 일선 경찰들에게 하달하는 지침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실제 일선 부대에 하달된 서울청 지침은 ‘최루액만 추가로 지참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평상시에도 경찰봉(3단 봉)과 신체 보호복(진압복), 방패 등의 장비는 기동대별로 갖춰져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장비를 사용할 때는 늘 별도의 추가 지침이 내려간다”라며 “적극적으로 장비를 사용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우선 현장에 최루액을 지참하고 나가고, 현장 상황을 보고 필요할 경우 장비사용 여부에 대한 추가 지침을 주겠다는 차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부지법 사태 여파로 경찰이 장비 사용에 관한 기존 원칙을 뒤바꾸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매번 큰 집회가 예상될 때마다 내부 대책 회의를 열고 장비 등 대응 계획을 논의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날은 지지자 집회가 크게 확대되지 않아 지참해 갔던 최루액을 쓸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라며 “상황에 따라 지침 하달 내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


‘공격형 장비’ 자제 계기는…‘농민 사망’ 사건


경찰은 장비 중에서도 ‘공격형 장비’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과거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러 차례 불거지며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꺾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이 폭력시위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는 제한적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경찰이 시위 관리에 쓸 수 있는 장비는 크게 ‘공격형’과 ‘수비형’으로 나뉜다. 이중 경찰은 대부분 수비형 장비로 분류되는 진압복과 헬멧, 방패 등만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공격형 장비로는 ‘가스차’와 ‘살수차’, ‘3단 봉’, ‘장봉’, ‘최루액’, ‘테이저건’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3단 봉과 최루액 등을 제외하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플라스틱 장봉은 사용할 경우 그 위험성이 상당해 실제 집회 현장에 쓰이지 않고 기동대별 창고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테이저건 역시 대규모 군중집회 현장에선 사용하기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경찰 공격형 장비의 대표였던 가스차와 살수차도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애초 경찰 살수차는 1980년대 후반에 처음 도입됐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시위 진압 장비가 현대화되던 시기이던 1988년 무렵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살수차 2대가 대한민국 경찰의 최초 살수차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5년부터 국산 살수차가 경찰 부대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살수차는 지난 2015년 11월 민중 총궐기 집회 당시 고(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 이후로 비판 여론이 불거지며 폐기 절차를 밟았다. 경찰은 살수차 사용을 점차 줄이다가 2021년 6월께 살수차 18대와 가스차 12대에 대해 사용 연한 경과 등을 이유로 모두 폐기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2017년 6월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


警, 수비형 장비 보강…‘안전헬멧’ 2300개 주문


경찰은 언제나 ‘비례의 원칙’에 입각해 향후 집회 시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평화적 집회가 아니라, 폭동 수준에 이를 경우에는 그에 비례해 위력이 큰 (공격형) 장비도 쓸 수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과잉 진압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경찰은 매년 예산을 들여 진압복이나 헬멧, 방패 등 ‘수비형 장비’를 구축하고 있었다.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에는 지난 20일 ‘경찰 안전헬멧 구매’에 관한 입찰 공고가 게시됐다. 해당 물품구매입찰 공고와 입찰제안 요청서 등을 살펴보면, 경찰청은 전년도 확보한 예산을 들여 안전헬멧 2300개를 구매하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집회 시위 참가자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경찰부대원의 머리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입찰제안 이유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안전헬멧 발주도 매년 ‘노후화된 장비를 교체하는 업무’의 하나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다만 최근 발생한 서부지법 사태로 수십명의 경찰이 중경상을 입은 상황에서 경찰청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수비형 장비’를 확충해 나갈지 주목된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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