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에 내어준 생…버지니아 울프에게 쓴 답장엔 [북적book적]

신간 ‘잠정의 위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올해의 여기자상 등을 수상하고 1만여 구독자에게 페미니즘 뉴스레터 ‘허스펙티브’를 보내는 저자의 신작 에세이. 저자는 100년 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열두 문장을 뽑아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글 쓰는 여성의 시선으로 답장을 썼다.

부산의 영구임대주택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던 저자는 ‘평범’ 조건을 갖추고자 악착같이 살아냈다. 기사 쓰며 밥벌이했고, 하층계급에서도 벗어났다. 서른다섯에는 아늑한 ‘안정’ 같은 것이 생에 스몄다.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를 손에 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끝내 ‘잠정’의 자리에 자신을 다시 내어주기로 한다. 그토록 갈망해온 안온한 안정을 박차고 나온 저자의 일렁이는 자부심이 그렇게 문장마다 묻어난다. 어떤 억압 앞에서도 여성으로서 내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자기 증명적 성취가 특히 결연하다. 이렇게 다 드러내도 되나 싶은 고백적 글쓰기로 해방을 택한 저자의 생이 어쩌면 그 자체로 강력한 잠정적 선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잠정의 위로/이혜미 지음/위즈덤하우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