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딥시크 ‘쇼크’에 SK·삼성도 촉각…AI판도 변화 오나?

엔비디아 직격탄에 SK·삼성 영향 불가피

AI 생태계 저변 확대 긍정적 기대도 나와

 

딥시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량원펑과 딥시크의 기업로고. [딥시크 홈페이지]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챗GPTR에 필적하는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 빅테크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한국내 반도체 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해 말 대형언어모델(LLM) ‘V3’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복잡한 추론 문제에 특화한 AI 모델 ‘R1’을 출시했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챗GPT 등과 비슷한 성능을 선보이고 있지만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그쳤다는 소식에 미국 정부와 빅테크도 충격에 휩싸였다. 27일(미국 동부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종합지수는 3.07%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6% 떨어졌다.

특히 AI 칩의 선도적 공급업체인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16. 97% 폭락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AI 시장 확대로 생성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증하면서 GPU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는 그동안 고성능·고효율을 강조하며 고가 제품을 판매해 왔다.

하지만 딥시크의 AI 모델 훈련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이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엔비디아의 고성능·고비용 전략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내 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사실상 독점 납품하며 고공행진해 온 SK하이닉스와 HBM 5세대인 HBM3E 납품을 위해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에도 단기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출 감소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딥시크도 엔비디아 칩으로 AI 모델을 개발한 만큼 엔비디아의 시장 우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민감한 메모리 산업의 특성상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AI 리더십을 더 확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첨단산업에 대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이 이에 대응해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반도체 자급자족에 한층 속도를 낼 경우 국내 기업의 반도체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AI 생태계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칩셋이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AI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딥시크가 촉발하는 저비용 구조의 AI 모델이 확대되면 AI 생태계가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AI 기술 외에도 고성능 반도체 설계, 첨단 공정 기술 등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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