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딥시크 개발…실리콘밸리, 대응방안 마련 ‘총력’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R1’ 등장에 업계 긴장감↑
메타, 딥시크 기술 분석 ‘워룸’ 설치 등 대응 나서

[Chatgpt로 제작한 이미지]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 ‘R1’의 뛰어난 성능에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대응 방안을 찾기에 나서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딥시크의 기술을 분석하기 위한 ‘워룸’(war room) 4개를 AI 부서 내에 설치했다. 딥시크가 어떻게 AI 훈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는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등을 알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딥시크로 인해 촉발된 지금의 상황을 AI 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킬 ‘전쟁’ 또는 전시 체제에 준하는 상황으로 본 것이다. 그간 오픈소스로 AI 언어 모델을 공개해 온 메타가 딥시크의 등장을 가장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AI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딥시크의 AI 모델이 “지구를 뒤흔들 것”이라면서 “딥시크의 성능은 최고이거나 미국의 최고 모델과 거의 동등하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간의 AI 경쟁이 “AI 전쟁”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을 보면 추론 연산을 수행하는 오픈소스 모델을 정말 효과적으로 만들면서 슈퍼 컴퓨팅 효율성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인상적이다”라면서 “우리는 중국의 이런 개발을 매우,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딥시크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엑스(X·옛 트위터)에 나폴레옹의 말을 인용해 “혁명은 만들어질 수도, 멈출 수도 없다”며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것의 여러 자식 중 하나가 승리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딥시크의 부상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AI 개발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기업의 AI 개발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보다 훨씬 적은 자본을 들여 이뤄낸 성과라는 점도 위협요인으로 꼽힌다. 또 미국 정부가 중국에 AI 칩 수출을 강도 높게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저렴한 칩을 써서 비용 효율성을 달성했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아직 딥시크의 AI 모델 개발 비용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한 수치를 밝혀지지 않았다. 월가 투자회사 제프리의 애널리스트들은 딥시크의 최근 버전의 경우 “훈련 비용이 560만 달러(약 80억5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추정하면서 “이는 메타가 라마에 쓴 비용의 10%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해당 추정치는 엔비디아의 칩 ‘H800’을 시간당 2달러에 빌린다고 가정해 계산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오픈AI나 앤스로픽, 구글 등의 경쟁 모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AI 모델을 개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은 딥시크 돌풍에 대해 “AI의 스푸트니크와 같은 순간”이라며 과거 냉전 시대 옛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우주개발 경쟁을 촉발한 것에 비유했다.

월가의 시장전략가 폴 놀테는 “지금이 ‘스푸트니크 같은 순간’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 업계에서 유일한 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일깨워 주는 신호”라며 “시장을 독점했다고 생각해 관련 주식들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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