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내홍 사태에 수정
찐윤·찐한 보고서엔 등장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표지로 써 화제가 됐던 정진석 전 국민의힘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의 2023년도 의정보고서. |
[헤럴드경제=김진·주소현 기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2024년도 의정보고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의 얼굴이 사라졌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싸늘해진 민심,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안갯속에 놓인 차기 잠룡 구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8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설 연휴 기간에 맞춰 당원들에게 배포된 국민의힘 의원들의 작년도 의정보고서는 표지 뿐만 아니라 속지까지 대부분이 의원들의 독사진으로 채워졌다. 지역주민들에게만 한정적으로 모바일·온라인으로 배포되는 가벼운 형식의 의정보고서인 ‘뉴스레터’도 마찬가지다.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통령 얼굴을) 넣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실 관계자는 “의정보고서 준비 단계에서는 사진이 들어갔는데, 수정 단계에서 빠졌다”라고 말했다.
의정보고서는 국회의원들이 한 해 동안 거둔 입법 성과와 활동을 간략하게 10쪽 이내로 만든 것으로, 당원과 지역주민의 눈길을 잡아끌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동원된다. 가장 잘 드러나는 표지 디자인에 ‘실세’의 사진을 넣는 것도 그 중 하나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작년 초 배포된 2023년도 의정보고서의 경우, 다수의 의원들이 지지율 상승세를 탔던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표지로 장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올해는 22대 국회 첫 의정보고서인 만큼 준비기간 동안 의원실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개진됐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자 무난한 디자인과 형식의 의정보고서로 선회하는 등 수정이 불가피 했다는 게 복수의 의원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얼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친윤계로 손꼽히는 재선의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은 총선 공약 달성 성과를 알리는 페이지에 ‘박성민은 정부와 국회의 구심점입니다’란 문구와 함께 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넣었다.
한동훈 지도부에서 조직부총장과 수석대변인을 각각 지낸 친한계 초선 정성국(부산 부산진갑)·한지아(비례) 의원의 의정보고서에는 한 전 대표의 사진이 들어갔다. 정 의원은 조직부총장 활동을 소개하는 페이지에 한 전 대표와 찍은 단체사진을 여러 장 배치했다. 한 의원은 수석대변인 임명 당시 한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을 포함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한 친윤계 재선 박성민 의원의 의정보고서(왼쪽)와 한동훈 전 대표와 찍은 사진을 담은 친한계 초선 한지아 의원의 의정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