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서울 한복판 호텔 빌려 나란히 론칭쇼
삼성도 상반기 올인원 로봇청소기 출시 예정
먼지흡입·물걸레 한 번에…27년 1조원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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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보락이 올 1월 미국 CES 2025에서 선보인 ‘로보락 사로스 Z70’. 본체에 탑재된 로봇 팔이 솟아 나와 바닥에 떨어진 양말을 들어 옮기고 있다. 한국 시장에 연내 출시 예정이다. 김현일 기자(라스베이거스)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지난해 국내 가전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한·중 로봇청소기 경쟁이 올 봄 다시 펼쳐진다.
먼지 흡입과 물걸레 청소를 한 대로 할 수 있는 올인원 로봇청소기가 각광 받는 가운데 각 사가 상반기에 신제품을 쏟아낼 예정이어서 로봇청소기 시장이 또 한 번 달아오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로 꼽히는 중국 로보락은 오는 2월 신제품 ‘로보락 S9 맥스V 울트라’와 ‘로보락 S9 맥스V 슬림’ 출시와 함께 대규모 론칭 행사를 준비 중이다.
로보락은 작년 4월에도 ‘S8 맥스V 울트라’를 내놓으면서 서울 삼성동 코엑스 행사장을 빌려 대대적으로 출시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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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 하단 모습. 모서리를 청소하기 위한 검은색 사이드 브러시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김현일 기자 |
지난 2020년 11월 한국 법인 설립 이후 로보락이 오프라인에서 신제품 행사를 연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신제품 출시에 맞춰 국내 첫 TV 광고까지 선보였다.
로보락은 올해 신제품 출시 시기를 작년보다 두 달 앞당기고, 론칭쇼와 TV 광고를 통해 신제품 홍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참전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1등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CES 2025에서 선보였던 ‘로보락 사로스(Saros) Z70’은 이번 출시 라인업에서 빠졌다. 다만 연내 한국 시장에서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품은 본체에서 솟아 나온 로봇 팔이 바닥에 떨어진 양말·수건·샌들을 들어 옮기는 모습으로 CES 2025에서 주목을 받았다.
중국 에코백스는 로보락보다 앞서 다음달 5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디봇 X8 프로 옴니’ 출시 기념 론칭쇼를 연다. 이날 행사엔 에코백스의 최고경영자(CEO)도 참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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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스팀’이 카펫 위에 오르자 물걸레를 들어올리고 먼지 흡입을 하고 있는 모습. 김현일 기자 |
지난 2021년 한국지사를 설립한 에코백스는 꾸준히 ‘스타 마케팅’으로 한국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2023년 배우 현빈을 기용한 광고에 이어 작년에는 배우 전지현을 브랜드 모델로 내세우기도 했다.
소형 가성비 가전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샤오미는 가장 먼저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의 불씨를 당겼다. 이달 15일 국내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로봇청소기 신제품 ‘X20 맥스’을 선보였다. 지난 22일부터 74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179만원 짜리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LG 로보킹 AI 올인원’(199만원)을 처음 선보였던 LG전자는 동시에 차세대 로봇청소기 개발을 위한 경력사원 채용도 진행한 바 있다.
선발 인력의 주요 업무로 ‘중국 브랜드를 압도할 로봇 개발’ 등을 내세워 중국산 제품을 능가하는 제품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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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보락의 ‘S8 맥스V 울트라’(왼쪽)와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스팀’, LG전자 ‘LG 로보킹 AI 올인원’. 김현일 기자 |
그동안 중국산 가전은 저렴하다는 인식과 달리 로봇청소기는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로보락의 ‘S8 맥스V 울트라’는 184만원, 에코백스도 150만원대의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비싸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한 국내 가전시장에서 유독 강세를 띠며 안방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인원 로봇청소기 출시를 미룬 사이 중국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국내 시장을 점령했다.
먼지 제거는 물론 집안 곳곳을 다니며 물걸레질을 하고, 더러워진 물걸레를 빨아 건조까지 알아서 해주는 일체형 로봇청소기의 편의성이 빠르게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2027년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청소기는 몇 년 전까지 필수 가전에 속하지 않았는데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며 “자율주행 기술에 강점을 지닌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어 중국산 제품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