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또 추락하나…에쓰오일 고심
시추 사업 확대로 유가 내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123rf]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정유 업체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강달러 현상으로 국내 정유 업체들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석유 증산 공약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강력한 경제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출범하면서 강달러에 대한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수입품 관세 부과까지 현실화되면, 미국 무역수지 개선으로 달러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또 대규모 세금 감면과 인프라 투자 등 공약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면서 금리 인하를 늦출 수도 있다. 이 경우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달러 강세를 유발한다. 강달러는 원유 매입 비용을 키워 정유 업체들 입장에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에쓰오일은 국내 판매 비중이 큰만큼 강달러 타격을 더욱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에쓰오일의 국내 매출 비중은 45%로, GS칼텍스(26%), HD현대오일뱅크(23%) 등 주요 업체들 대비 높다.
이에 에쓰오일의 울산시에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샤힌프로젝트’도 투자금 확보를 얼마나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 에쓰오일은 올해 2단계 프로젝트 최종 투자 승인(FID)을 내릴 예정인데, 이 전에 투자 금액을 구체적으로 확정해야 한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추진할 예정인 석유 증산은 정유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스·석유 생산 확대 공약은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로 대표된다. 시추 확대로 가스·석유 생산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미국 생산량이 늘면 공급이 늘며 석유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의 고유가 기조가 완화될 수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 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상승할 수 있다.
출범 직후 파리기후협약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신재생에너지보다 석유나 가스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석유를 증산하고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나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정유 업계들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가운데 전년 대비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355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68.3% 급감했다. 현재 정제마진은 5달러 안팎을 횡보하고 있다. 통상 정유업계에선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