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취업 간절하면” 설마 했는데 400만원 뜯겼다 무슨 일?

보이스피싱 타깃 60대서 늘었지만
취업 준비생 등 20대가 비중 제일 커
“화상 면접하자” 유도해 악성앱 설치
휴대폰 원격조종해 개인정보·금전 탈취
수법 다양, IT에 익숙한 20대가 더 취약


청년 구직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전자통신금융사기)이 발생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무단 해외송금·소액결제 등 실행된 이력 [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축하합니다. 서류전형 통과하셨습니다. 귀하께서는 화상 면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한 뒤 메시지 보내주시면 면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20대 취업준비생 김희망(가명)씨는 모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가 인사담당자로부터 이러한 안내를 받았다. 김씨가 연락하자 인사담당자는 화상 면접 애플리케이션 설치 가이드 영상과 웹주소(URL)를 보내주고는 휴대폰의 보안 설정을 해제하고 앱을 설치한 뒤 면접 코드를 보내달라고 했다.

취업이 절실했던 A씨는 인사담당자의 설명대로 진행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A씨의 휴대폰이 갑자기 버벅대며 검은 화면이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때 A씨 은행 계좌에서 무단으로 각종 해외송금, 소액결제 등이 발생했다. 빠져나간 금액만 400만원에 달했다.

알고 보니 인사담당자는 사기범이었고 A씨가 설치한 앱은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찾아내 유출하고 전화·문자메시지(SMS) 수발신·앱 실행 등을 원격 조종하는 악성 앱이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A씨의 사례처럼 청년 구직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전자통신금융사기)이 발생하고 있다.

가짜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청년 구직자에게 접근해 화상 면접을 명목으로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고는 금전을 빼앗는 형태다. 사기범이 구직자의 휴대폰을 장악해 개인정보 탈취, 무단 계좌이체·대출 실행, 소액결제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소비자 경보도 발령한 상태다.

금감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유사 악성 앱 유포 시 금융권 신속 대응체계를 통해 전파해 피해 예방을 도모하고 있다. 구인·구직 중계업체에 청년 구직자 대상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과 관련해 유의사항을 안내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금감원은 일반적으로 채용 과정에서 채용담당자가 개인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를 유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채용 절차와 다르다고 생각될 때는 무조건 의심하고 구인회사의 공식 대표번호 등으로 직접 전화해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구직 시 채용담당자라며 화상면접 등을 명목으로 수상한 앱 설치를 유도할 땐 절대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연령대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20대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법에 다양해지자 오히려 IT에 익숙한 20대가 먹잇감이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연령대별로 보이스피싱 피해 비중에서 20대가 가장 높은 가운데, 이처럼 취업 준비생을 노린 신종 수법도 나타나 20대가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연령대별로 구분했을 때 20대 비중은 2023년 1~9월 76%였다. 피해를 입은 10명 중 7명 이상은 20대라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 54%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2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60대 비중은 5%에서 16%로 증가했다. 30대(7→9%), 40대(3→5%), 50대(4→9%), 70대 이상(5→8%) 등 다른 연령대도 증가했다.

20대 층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높은 이유는 범죄 수법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특정인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방식의 보이스피싱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악성 응용프로그램(앱) 등을 통한 범죄가 늘면서 IT기기 등에 익숙한 젊은 층의 피해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번처럼 취업 면접을 미끼로 악성 앱을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함께 금감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6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23년) 결과에 따르면 사회경험이 부족한 20대는 검사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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