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저렴한 인건비로 북미 최대 수출 기지
공장 철회 및 이전·연내 가동 강행 등 가지각색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곧바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현지 투자를 상당부분 진행한 기업들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생산 비용을 이유로 강행하는 반면, 계획을 철회하고 전혀 다른 제3국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은 다음달 1일 이후 결정될 미국 정부의 멕시코·캐나다 관세 방침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 캐나다에 대해 2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시기의 차이일 뿐 트럼프 정부가 순차적으로 고관세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일관된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최적의 북미 수출 거점으로 꼽혀왔다. 미국과 인접해있으면서도 인건비는 훨씬 저렴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한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으로 일부 기업들은 벌써 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3년 말 결정했던 멕시코 전장용 카메라모듈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생산라인이 들어설 부지까지 확보해놨지만, 이번 관세 정책으로 멕시코 시장의 이점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신사업 추진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이달 초 열린 CES 2025 기자 간담회에서 “멕시코 가는 건 관세 메리트였는데, (트럼프 2.0 관세 정책 변화 전망에 따라) 클리어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제3의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가전을 생산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일부 생산라인 이전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23일 진행된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의 수준이 본질적인 공급망 구조의 변화를 필요로 할 경우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역량과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미국 내 생산 시설의 운영 노하우 등을 활용하겠다”며 “생산지 이전 및 기존 생산지별 캐파 조정 등 보다 적극적인 생산지 전략의 변화까지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에 TV 공장을, 몬테레이에는 가전 공장을, 라모스에는 전장 제품 공장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 대부분은 북미에 공급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에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 생산공장을, 티후아나에 TV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은 공장을 꽤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것”이라며 “부품 공급부터 제조에서 소비자에게 가는 루트가 잘 돼 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LG이노텍 제공] |
반면, 계획대로 멕시코에서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2023년 3만평 규모의 멕시코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증설 중인 LG이노텍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25%의) 관세를 매기더라도 미국이 워낙 비용이 커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게 이득”이라며 “관세를 덜 내는 방향으로 가능할지 살펴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G이노텍은 연내 멕시코 공장에서 차량용 카메라모듈을 양산할 방침이다. 이미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만큼, 공장 철회 보다는 관세 줄이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