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 부처·민간서 현지동향 파악 속도
존스법·BAA·통상조약 등 검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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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미국이 우리나라 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내며 국내 조선사의 대(對)미 진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기존에는 미국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만큼, 정부와 민간 모두 현지 상황 및 관련 법제 파악을 서두르고 있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조선산업 소관 부처는 민간기업을 통해 미국 조선업 진출과 관련한 동향 및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양국 협력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미국 조선 시장에 대대적으로 진출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과거 사실상 상선을 만들지 않는 나라였기 때문에 파악해야 할 내용이 많다”며 “관련 부처 간 정보 공유 및 필요 시 용역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간에선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미국 시장과 관련된 법제조사와 개정·유의사항 도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해군력 증강이 시급하지만 현지 조선업 쇠락으로 신조 건조,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등 분야에서 다른나라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최근 미 의회예산국(CBO)이 미 해군의 ‘2025 건조 계획’을 분석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퇴역하는 군함까지 감안해 향후 30년간 총 364척의 군함을 새로 건조해야 한다. 조선 산업 기반이 무너진 미국으로서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의식해 취임 전부터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을 강조해왔다. 당선인 시절인 작년 11월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으며,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한국 조선소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본격적인 진출 확대에 앞서 법·제도와 관련된 위기 해소와 기회 파악이 선행돼야 한단 지적이 잇따른다. 현재 주요 법적 쟁점을 살펴보면, 우선 존스법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된다. 미국에선 존스법에 따라 외국에서 건조한 함정을 구매하거나 해외에서 함정을 건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런 규정 때문에 조선소가 국제 경쟁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통령이 승인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산우선구매법(BAA)에 따라 미국산 제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으면 50%의 할증이 부과된다. 국내기업이 가격 패널티를 받지 않기 위한 한미 간 ‘상호국방조달협정(RDP)’은 협정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기존에 체결된 양국 간 통상조약과 향후 체결이 필요한 조약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선박법’(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 발의는 긍정적 요인이다. 해당 법안에는 ‘미국 정부는 조약 동맹 및 전략적 파트너와 함께 전시에 필요한 해상 수송 능력을 보강한다’, ‘교통부와 국방장관은 동맹과 파트너의 기여로 미국의 조선업을 강화할 방법을 의회에 권고한다’ 등의 규정을 명시했는데 선박 건조국으로 동맹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견제로 조선 분야에서 협력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미국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며 “그간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장인 만큼 현황 파악 등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