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고립무원’ 최 대행, ‘닮상’ 뽑힌 이유는?…“나라와 일만 아는 분”[세종백블]

효율성 강조 근무시스템 구축…노련함·적극적 행보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
“최 대행 흔드는 것, 불확실성 최고조…제2의 외환위기 현실화 우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정치권으로부터 고립무원처지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원들이 뽑은 ‘닮고 싶은 상사’에 선정됐다.

최 대행은 지난달 27일부터 한달여간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면서 국무총리 직무대행·경제부총리·중앙재난대책본부장까지 ‘1인4역’을 수행하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일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닮고 싶은 상사’ 투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닮상’ 조사는 기재부 노조가 주관하는 연례행사로 2004년 시작됐다. 직원들이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리더십, 인격, 능력 등을 종합 평가해 모범을 보인 상사를 선정한다.

최 권한대행은 증권제도과장이던 2006년에도 닮고 싶은 상사로 선정된 바 있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최 대행은 기재부 1차관, 경제수석 등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를 두루 거친 엘리트 관료로 6년만인 지난해 1월 2일 친정인 기재부로 복귀해 대한민국 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왔다.

내부적으로는 근무 시간에 최대 집중하고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자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 대행은 취임 열흘만인 지난해 1월 12일 금요일 기재부 직원 모두에게 “오후 4시에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일이니 간부들부터 모범을 보여 일찍 퇴근하라”는 쪽지를 보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중구 서울종합방재센터를 방문해 설 명절 화재예방 및 응급환자 이송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또 그간 매주 일요일 열리던 정책점검간부회의 날짜를 금요일로 옮겼다. 정책점검간부회의는 매주 부총리와 1·2차관, 1급(실장·차관보 등), 국별 정책국장까지 모여 경제 현안을 논하는 회의로 일요일에 열리는 바람에 기재부 내 상당수 직원이 일상적으로 주말 근무를 해야 했다. 이 회의 시간이 금요일 아침으로 바뀌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는 게 기재부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 이외에도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정시 퇴근을 장려했다. 효율을 중시하는 최 대행의 행보를 엿볼 수 있는 사례들로 직원들이 조직의 긍정적인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는 평가다.

반면, 여야 모두가 최 대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여당에선 ‘소통령 행세하느냐’고 비판하고, 야당에선 ‘해야 할 일을 방치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 대행이 지난해 31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2명을 임명한 것이 발단의 시작이다.

또 양곡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 등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고, 수사당국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저지른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정치적으로도 좌우 진영으로부터 압박받는 처지에 놓였다.

정치권에서는 외로운 처지이지만 최 대행은 엘리트 관료 출신다운 노련함과 적극적 행보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헤럴드경제DB]


최 대행은 국정 관리에 동분서주하면서 매주 거시경제·금융간담회(F4회의)를 주재하는 등 대외신인도 관리에 ‘올인’하고 있다. F4회의란 ‘Finance 4’의 축약어로, 재정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부총리와 통화 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함께 모이는 자리다. 대외신인도란 외부 또는 외국에서 보는 기업 또는 국가에 대한 신뢰 수준을 의미하는 용어다. 대외신인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척도는 국가신용등급이다.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듯 신용평가사가 국가의 재정 등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무디스, 피치, S&P 등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전체 국제신용평가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한번 내려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 번째로 높은 AA 등급으로,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 이자는 오르고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릴 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준다. 특히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비용이 증가해 물가는 오르고 기업 부담도 가중된다. 경제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도 올 수 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정치 불안이 지속된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프랑스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2%대였던 10년물 국채 금리가 3%대로 훌쩍 뛰기도 했다.

최 대행으로선 헌법재판관 임명을 통해 헌재를 정상화하고, 여야 합의의 없이 논란이 된 특검법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경제 불안과 해외의 의구심을 가라앉히는 실리적인 목적에 대해 일관적인 자세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 대행의 결정 뒤에 널뛰던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가의 평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연합]


그러나 최 대행은 직후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최 대행은 오는 3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수정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서 외환 유도 등을 빼 5개로 줄였고, 수사 기간과 인원도 축소했다. 하지만 여당은 ‘인지 수사로 수사 범위 무한정 늘어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세종 관가 한 관계자는 “최 대행은 공직생활 30여년동안 국가와 일밖에 모르는 분으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라며 “1인4역을 하면서 정치권과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것 같아 짠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 대행이 국정 안정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에 맞지 않다고 최 대행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최 대행을 흔드는 것은 탄핵정국에서 국정의 불확실성을 최고조로 만들어 제2의 외환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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