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오른쪽)을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자 정상외교 등 정식으로 링에 다시 올라오기 전 ‘장외 신경전’을 펴는 양상이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싱가포르(2018년)와 베트남(하노이), 판문점(이상 2019년)에서 총 3차례 만났던 두 정상이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다시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상외교에 나설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양측 모두 상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미국을 특정하지 않은 채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하다면서 “위협”과 “새롭고 전망적인 안보위험성”에 대비하고 국가의 주권, 이익, 발전권을 담보하려면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게 연락하겠다며 ‘러브콜’을 보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북한에 대해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는 표현을 쓴 것과는 별개로, 28일 백악관을 통해 자신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할 것임을 밝혔다.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목표 견지 여부 관련 연합뉴스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집권 1기 때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휴스 대변인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였으며, 그(트럼프)는 강인함과 외교를 조합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사상 첫 (북미) 정상급에서의 공약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공약한다’는 문장이 포함된 사실을 상기한 것이었다.
비록 2019년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합의불발)로 끝나면서 첫 정상회담 합의도 빛이 바랬지만, 트럼프로서는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받아낸 ‘비핵화’ 관련 약속이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을 확인한 셈이었다.
액면으로는 양 정상이 좁혀지기 어려워 보일 정도의 큰 간극을 확인한 셈이었다.
그러나 당장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참전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전망이 서지 않은 터에, 북미 정상외교가 조기에 성사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양측이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상대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리 만무하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후에 할 것으로 예상되어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아직 하지 않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조금 더 구체화하길 기다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이날 선언했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려면 최소 수개월의 시간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