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강화 입장 재확인 풀이
“절제된 어조로 정치적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외교 메시지에 상반된 대응을 내놨다. 정상외교 재개 시사에 호응하지 않고 ‘핵 강화’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협상의 사전단계부터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압박용 행보오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한 사실을 일제 보도하면서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29일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다시 대화하겠다고 밝힌 지 6일 만에 이뤄진 행보다. 이번 현지지도에서는 핵물질 생산에 관한 기술적 언급 없어 미국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가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협상에 나서더라도 핵 군축이 아닌 비핵화 협상은 시작조차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변화가 없으면 핵무기를 고도화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핵 군축, 이른바 ‘스몰 딜’을 압박하는 메시지”라고 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같은 매체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에 협상이 진행돼더라도 미국이 요구하는 핵시설을 포기할 생각이 결코 없다, 다음 협상은 비핵화 아닌 핵군축 협상이다라는 것을 이번 공개 행보에서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또한 연합뉴스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자극적인 행동 방식이 아닌 보여주기 방식으로 핵 능력 과시하면서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것”이라며 “우선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 향후 대미 협상에 있어 몸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를 내포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한 메시지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메시지를 연이어 보내고 있던 시점에 맞춰서 의도적으로 이번 핵물질·핵무기 시설 현지지도를 공개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쪽에 가깝다”고 풀이했다.
한편 통신은 김 위원장이 방문한 핵물질 생산기지의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았는데, 북한 매체의 보도 사진을 보면 벽·바닥재 등 내부 시설이 작년 9월 공개한 ‘핵물질 생산시설’과 달라 같은 시설 내 다른 건물이거나 아예 다른 단지일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이 미국이 파악한 미공개 시설이라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초과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핵물질 증산에 가속도를 내겠다는 계획과 능력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짧은 기간에도 우라늄 농축시설 설치가 가능하고 보도 사진상 시설물이 작년 9월에 공개된 시설보다 노후했다”며, 이번 현지 지도 시설이 영변 또는 ‘제3의 시설’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