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선암사·송광사…순천부읍성·매산등 교육·의료 선교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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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장로회 선교사가 1910년 사숙(私塾)으로 출발해 오늘날 115년 역사를 간직한 순천 매산학교. [순천시 제공] |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개신교 유산과 불교 문화재가 산재한 대표적인 종교문화도시로 꼽히는 전라남도 순천시가 대한민국 대표 국가유산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조계산 선암사와 송광사, 한국 불교 문화유산의 성지 특화
한국을 대표하는 두 사찰이 있는 조계산(해발 887m)은 산 자체가 명승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 선암사와 승보종찰 송광사까지 2개의 사찰이 양립된 불교유산의 성지이다.
승주읍에서 진입해 접근성이 좋은 ‘선암사’는 한국불교태고종단 본부가 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며, 승보사찰(종찰) 송광사는 해인사(법보사찰), 통도사(불보사찰)과 함께 한국 불교의 ‘삼보사찰’로 꼽는 유명한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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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송광사 국사전(사진 위)과 선암사 승선교. |
두 사찰은 단순히 종교적 의미를 넘어 순천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한국불교의 정수를 체험하는 특별함을 제공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제 2023년 5월 국가유산청 지원으로 두 사찰 입장료를 전액 면제하고 다양한 국가유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작년 한 해 총 관광객이 105만명으로 2022년 45만명 대비 2.3배나 급증했다.
올해는 그동안 사찰별로 진행됐던 활용 프로그램을 통합 운영하고 원도심과의 연계를 강화해 선암사와 송광사를 찾는 관광객이 순천 도심권까지 유입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원도심 국가유산, 전통과 근대 건축문화가 조화로운 이색 문화유산 눈길
순천시 원도심은 조선시대 ‘순천부읍성’의 역사와 매산등(嶝) 근현대사가 공존하는 전남 동부권 교육과 의료문화의 중심지였다.
보물인 팔마비와 순천향교 대성전, 매산학교(매산중, 매산고, 매산여고)를 비롯해 안력산병원과 조지와츠 기념관 등 근대 문화유산이 원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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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순천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한 미국 선교사 사택인 순천매산여고 프레스톤관(사진 위)과 최근까지 전염병 결핵 전문 순천기독진료소 건물로 쓰이며 의료선교 유적지로 남아 있는 남장로교회 조지와츠기념관(국가등록문화유산). |
시청에서는 작년 이 지역의 근대 문화유산을 활용해 매산등(고개) 성지순례 길을 조성해 그동안 닫혀 있던 코잇 선교사 가옥과 순천선교부 외국인 어린이학교 등 기독교 근대 건축물을 100년 만에 일반에 공개해 시민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한여름 밤 향교 일원 선비마을과 매산등 선교마을을 무대로 열린 2024 순천문화유산 야행에는 4일간 4만 8000여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면서 침체된 원도심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는 매산등 뿐만 아니라 조례동과 해룡면에 위치한 기독관련 근대 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정비하고 소유자와 협의해 일반에 개방해 지금은 사라진 남장로교의 호남선교와 근대 의료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순천 세계유산 축전, 축제의 새로운 표준 제시
순천시는 작년 10월 한 달간 세계자연유산 순천갯벌과 세계문화유산 선암사의 가치를 오천그린광장이 있는 도심권으로 확장한 순천 세계유산축전을 개최해 44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가며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당시의 갯벌캠핑과 탐조 여행, 람사르길 걷기 행사 등은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며, 지역주민에게는 세계유산 도시라는 자부심과 연대감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호남권 최초로 3년 연속 개최되는 올해 2025 순천 세계유산축전은 한국 최고의 세계유산 축전을 목표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조상 대대로 유산을 지켜오며 유산 구역에서 살아온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유산가치를 알리고 순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축전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도록 하고자 한다.
▲순천 국가유산, 도시 경쟁력 강화의 전략자원이 되다!
순천시는 국가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2011년 낙안읍성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시작으로 2018년 한국의 산사 ‘선암사’를 세계문화유산에, 2021년 한국의 갯벌, ‘순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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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낙안면 낙안읍성 겨울 풍경. |
2025년은 매산등 근대문화유산을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독교 선교기지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7개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매산등 근대문화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조사 발굴하는 연구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노관규 시장은 “올해는 ‘대한민국 대표 국가유산 도시 순천’ 브랜드 완성을 목표로, 시민의 삶과 조화로운 문화유산 보존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어디에서든지 누구나 차별 없이 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국가유산 일류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