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율 인상, 국채 발행 등 인구대응 재원 마련[세계의 인구정책-일본]

“수도권 집중이 결혼·출산 저해…인구·고용 집중 완화 노력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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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랜 기간 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하면서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 2.06명을 기록해 대체출산율을 밑돌기 시작했고, 2023년에는 0.72명까지 하락했다. 총인구수는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합계출산율의 지속적 하락 등으로 2021년과 2022년도에는 전년도 대비 총인구수가 감소하기도 했다. 정부가 저출산에 대응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등 모멘텀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타 국가들의 인구정책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이에 이미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온 주요 국가들의 인구정책을 개관해 본다. [필자 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문제를 겪어왔다. 1975년 이후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1989년 ‘1.57 쇼크’ 이후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관련 정책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2005년 일본의 출산율은 반등해 2015년에는 1.45명을 기록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섬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3년에 어린이 미래전략 정책을 발표했다.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 일본 39.5% vs 한국 72.2%


보건사회연구원의 ‘일본의 인구정책 사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엔젤플랜, 신엔젤플랜, 대기아동 해소 프로젝트 등을 거쳐 최근에는 어린이 미래전략 정책이 발표됐다.

고령화 대책은 1989년 골드플랜을 시작으로 신골드플랜, 고령사회대책 기본법, 골드플랜 21 등이 이어졌으며, 제4차 고령사회 대책대강 수립에 이르렀다.

한편, 일본의 총인구수는 201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2023년 기준 1억2435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중 29.68%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수도인 도쿄도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11.33%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유소년인구(0~14세)는 11.40%,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59.47%, 노인인구(65세 이상)는 29.13%를 차지한다. 혼인율은 2022년을 기준으로 4.1%,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1.1세, 여성 29.7세로 나타났고, 출생아 수는 77만759명, 합계출산율은 1.26명이다.

일본 국민들을 대상으로 결혼·출산·육아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요약하면,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2.0%, 향후 자녀를 출산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3%로, 모두 한국에 비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출산 시 본인의 건강(81.4%), 배우자의 건강(80.9%), 가정의 경제적 여건(77.8%) 순으로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했지만, 경력 단절의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경우는 39.5%로 비교적 드물어 한국의 경우(72.2%)와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출처 : 보건사회연구원 ‘일본의 인구정책 사례 연구’]


또 일본 국민들은 자녀를 갖게 되면 삶에 부정적 영향(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다, 나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한국에 비해 낮았으나, 동시에 삶에 긍정적 영향(삶에서 얻는 기쁨과 만족이 커진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한국에 비해 낮았다.

한편, 인구 변화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최근 출산율을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비율, 정부가 출산율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 각각 약 20%포인트, 15%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인구정책 및 예산 투입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결과, 일본 조사 대상자들의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자녀에 대한 수당(71.0%), 출산 및 육아 휴직제도(70.5%) 순으로 높고, 지역 인구 균형을 위한 정책(36.8%), 다자녀가구 추가 지원(44.2%) 순으로 낮았고, 모든 영역에서 한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을 위해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7.3%로, 한국에 비해 다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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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대응특별회계 재원 마련을 위한 다양한 접근 방식 검토해야”


보고서는 이같은 수치를 통해 일본의 저출산 대응 정책이 국내 인구정책에 갖는 함의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일본은 재원 확보 방안으로 소비세율 인상, 국채 발행, 사회보험료에 가산한 지원금 제도의 신설, 세출 개혁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 왔다.

최경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신설될 인구대응특별회계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은 주거 비용 상승, 취업 경쟁 심화, 과밀한 생활환경 등을 초래해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최 부연구위원은 “향후 정책 수립·추진 시 수도권 인구 및 고용 집중을 완화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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