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후보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기약 없이 공전하고 있다. 아직 선거운영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한 가운데 후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설연휴를 전후해 선거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 대통령을 뽑는 축구협회장 선거는 당초 지난 8일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정무 후보가 낸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7일 법원이 인용하면서 선거는 중단됐다. 이후 선거운영위원회는 법원에서 문제를 지적한 선거인단을 12일 재추첨한 뒤 23일 선거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불발됐다. 결국 기존 선거운영위 위원들이 전원 사퇴하면서 선거 일정은 전면 백지화됐다.
축구협회는 지난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선거운영위를 이달 중 다시 구성하기로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선거를 치르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게 됐다. 결국 축구협회는 선거운영위를 처음부터 새로 꾸려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런 가운데 4선을 노리는 정몽규 후보는 축구인 스킨십을 늘리는 방식으로, 신문선과 허정무 후보(기호순)는 정 회장의 후보 자격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정몽규 후보는 지난 21일 통영을 찾아 1,2학년 대학축구대회 결승전을 관람했다. 정 후보 캠프 측은 “정 후보가 대회를 주최한 천영기 통영시장과 박한동 한국대학축구연맹 신임 회장과 함께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경기를 관람하며 젊은 대학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고 했다.
이후 전주로 이동해 서강일 전북축구협회장의 취임을 축하했다. 정 후보는 “전국 각지에서 전지훈련과 스토브리그 등이 진행됐는데 모두 찾아가지 못해 아쉽다”며 “선거 지연으로 인해 현장을 찾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선수들을 찾아 격려하고 축구 열기를 이어가도록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해 현장을 계속 찾고자 한다”며 현장 소통을 확대할 뜻을 밝혔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후보 [연합] |
이에 반해 허정무 후보는 정몽규 후보의 4선 도전을 승인한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의를 요구했다.
허 후보는 “새로운 수장이 선출돼 변화와 혁신을 준비하는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12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내려진 정몽규 후보의 연임 심사 통과 결정을 재심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후보는 “스포츠공정위는 비공개 전체 회의에서 정 회장의 국제기구 임원 진출 여부, 재정기여, 단체 운영 건전성, 이사회 참석률, 포상 여부 등을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평가표 공개 요청에 답변이 없다”며 “언론을 통해 공개된 스포츠공정위 회의록에 따르면 정 회장은 100점 만점에서 64점을 받아 통과된 것으로 나왔다. 납득할 수 없는 점수인 만큼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를 통해 정 회장의 연임 심사를 재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에 출마한 신문선 후보 [연합] |
신문선 후보 역시 축구협회 공정위원회를 향해 정 후보의 빠른 징계 조치를 촉구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회장에 대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대한 논란뿐 아니라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요구했다. 문체부는 이어 지난 2일 축구협회의 특정감사 재심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1개월 내로 정 회장에 대한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 조치를 의결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조처했다.
신 후보는 “징계 심의 기한이 오고 있음에도 공정위 소집의 어떠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라며 “공정위가 신속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선거운영위에 다수 포함하기로 하고 관련 단체에 추천을 의뢰했다. 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선거운영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7∼11명으로 구성하게 돼 있다. 협회는 “이번에 중선관위 출신 위원을 다수 포함하고, 언론계 참여 폭도 넓히는 등 최대 11명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위원들의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협회가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위촉하는 대신 각 분야의 관련 단체에 위원 추천을 의뢰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운영위 구성은 설연휴가 끝난 뒤 2월 초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선거운영위가 구성된 뒤 선거인단 재추첨 등 본격적인 선거 일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