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늘리려면 스웨덴처럼 여성이 일해야 한다?[세계의 인구정책-스웨덴]

스웨덴 남성 54%가 12개월 이상 육아휴직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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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랜 기간 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하면서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 2.06명을 기록해 대체출산율을 밑돌기 시작했고, 2023년에는 0.72명까지 하락했다. 총인구수는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합계출산율의 지속적 하락 등으로 2021년과 2022년도에는 전년도 대비 총인구수가 감소하기도 했다. 정부가 저출산에 대응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등 모멘텀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타 국가들의 인구정책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이에 이미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온 주요 국가들의 인구정책을 개관해 본다. [필자 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스웨덴은 사회 복지 제도와 가족 정책의 모범 국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스웨덴은 여성 취업과 사회적 평등 및 양성 평등을 촉진하는 가족 정책을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출산율을 유럽 최하위에서 대체 수준(여성 1명 당 2.1명)으로 높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 분열을 심화시키지 않고 높은 생활수준과 사회 통합을 유지하고 모든 시민들의 사회적 평등 및 양성 평등을 실현했다. 스웨덴이 북유럽형 보편적 사회 복지 제도의 원형으로 간주되는 이유이다.

“육아휴직,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 정책의 일환”


게르다 네이어(Gerda Neyer) 스톡홀름대학교 사회학과 연구원 등이 보건사회연구원에 발표한 ‘스웨덴의 가족정책과 출산력(fertility)’ 보고서는 일반적인 가정을 고려해 스웨덴 여성과 남성이 스웨덴 육아 휴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스웨덴 가족 정책이 이들의 선호도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했다.

보고서는 발라리노(Valarino) 등(2018)이 2012년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에 기반해 육아 휴직에 대한 스웨덴, 오스트리아, 스위스 및 미국의 태도를 비교한 결과를 인용, 스웨덴 여성과 남성의 54%가 12개월 이상의 유급 육아 휴직을, 41%가 5-12개월의 유급 육아 휴직을, 5%만이 4개월 이후의 육아 휴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육아 휴직을 사용해야 하고 여성과 남성이 유급 육아 휴직 기간을 어떻게 나눠 사용해야 하는지에 데해 조사한 결과, 양성 평등한 육아를 오랫동안 장려해온 스웨덴은 응답자의 71%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육아 휴직을 사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여성이 육아 휴직 기간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남성이 일부 기간을 사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29%였고, 여성이 전체 기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중은 1%에 불과했다.

발라리노 외(Valarino et al, 2018)


반면, 보수적 복지 제도를 지향하고 주로 여성이 자녀를 돌보는 가정 정책을 시행해온 오스트리아의 경우 양성 평등한 육아 휴직을 선택한 응답자는 20%에 불과했고, 40%가 성별을 구분해 일부 또는 전체 휴직을 사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자유주의적 복지 제도를 지향하는 미국은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성별로 구분된 육아 휴직을 선호했고, 자유주의적-보수주의적 복지 제도를 지향하는 스위스는 대다수 일부 성별로 구분된 휴직(대부분 여성, 41%) 또는 양성 평등한 육아 휴직 공유(39%)를 선호했다.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기존 정책에 반영된 육아 휴직 기간과 관련해 스웨덴 국민들은 육아휴직을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사회 정책의 일환으로 인식했다”며 “육아 휴직 선호도를 보면, 양성 평등한 육아를 촉진한다는 스웨덴 육아 휴직 정책의 목적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국가에서 기존 정책이 널리 수용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 정책 및 제도적·문화적 맥락이 사람들의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결국 이는 정책이 사람들의 선호도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이 사회 규범과 행동 변화를 야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을 재확인시켜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 육아 휴직 높을수록 출산율 높아져


양성 평등/젠더 혁명 이론에 따르면 교육과 같은 개별 제도에서 양성 평등을 이뤄도 가정과 양육에서 불평등하면 출산율이 낮다. 출산력은 남성이 양육에 동등하게 참여할 경우에만 증가할 수 있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스웨덴, 아일랜드, 노르웨이 남성의 육아 휴직 사용과 이후 출산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 세 개 국가 모두에서 첫째 자녀 출산 후 남성이 육아 휴직을 사용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둘째를 갖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스웨덴 남성이 양도 불가능한 의무 육아 휴직만 사용한 경우와 법적으로 할당된 육아 휴직 이상을 사용한 경우 모두 남성이 육아 휴직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보다 둘째를 갖는 확률이 약 5% 높게 나타났다.

한편 보고서는 육아 휴직과 출산율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도 노동 시장 개선과 같은 다른 사회 환경의 개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스웨덴 사례를 통해 가족 정책만으로는 출산율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없고 노동 시장 조건과 같은 다른 조건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스웨덴의 출산율 변화와 다른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 회복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과 남성의 고용을 촉진하고 가정과 사회에서의 양성 평등에 초점을 맞춘 가족 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출산율과 출산력 회복에 더욱 적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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