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다목적무인기 축소기 활용해 실증 추진
궁극적으로는 무인기·유무인복합체계에 적용
수십조 투입·공동연구…각국 기술 확보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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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가 구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기반 차세대공중전투체계.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1. 지난 2020년 미 군수업체 헤론시스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과 미국 공군 F-16 전투기 조종사와의 모의 공중전이 열렸다. 결과는 5:0, 인간 조종사가 AI에게 대패했다. AI는 조종사에게 단 한 번도 유효 공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지난 2021년 중국 공군도 조종사들이 AI가 조종하는 적 전투기에 맞서는 비슷한 모의 공중전 훈련을 진행했다. 역시나 AI 프로그램이 승리를 거뒀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당시 훈련에 참여한 조종사는 “실제 상황이었다면 AI에게 조종사가 총살을 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무인전투기의 핵심인 ‘AI 파일럿’ 기술이 글로벌 방산 산업의 격전지가 됐다. 이는 AI가 전장을 분석하고 판단을 내려 전투를 수행하는 파일럿이 되는 개념이다. 이는 차세대 공중전투체계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AI 파일럿이 투입되면 방대한 데이터와 초인적 조준능력으로 전장에서의 승률을 올릴 수 있어 저비용·고효율의 항공 전력을 확보, 유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인간 파일럿의 사상을 막을 수 있다.
이에 주요 방산 강국들은 앞다퉈 AI 기반 무인전투기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AI 파일럿을 본격 개발하는 사실상 유일한 민간기업이다.
30일 KAI에 따르면 올해는 다목적무인기(AAP)의 축소형 항공기를 사용해 AI 파일럿을 실증 예정이다. KAI는 조종사의 지속적인 통제나 제어 없이 전장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분석해 자율적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한 AI파일럿을 개발 중이다. 다양한 비행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우리 군이 요구하는 AI 파일럿을 구현할 적임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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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24 드론쇼 코리아에서 선보인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
KAI는 지난 2023년 하반기부터 AI 파일럿 기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항공기 제어기술 연구를 착수했다. 현재까지 비행과 장애물을 회피하는 비행 인공지능을 상용 고정익 드론으로 활용해 실증했다. 내년에는 다목적무인기 실제기에 AI파일럿의 비행기능을 탑재해 비행실증을 할 예정이다. 단계적 비행실증으로 가상시뮬레이션 결과와 실제 비행 결과를 비교 분석, AI파일럿의 신뢰성 향상과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무인기와 유무인복합체계에 AI파일럿을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인간 조종사의 사상을 막고, 아군 작전능력과 저비용 무인기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단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목적무인기 실기체 실증과 AI파일럿의 전투 임무 개발에 맞춰 차세대 미래전장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무인전투기(UCAV)도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도 AI 파일럿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9년 자율비행, 전투 능력을 갖춘 AI 무인전투기를 2023년까지 개발해 시험비행을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후 방산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해 시험용 기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무인전투기 개발 기업을 선정하면서 목표를 구체화해왔다. 아울러 미국 공군은 2029년까지 600억달러(83조원)를 투자해 AI 기반 무인전투기를 1000대 이상 도입한다는 목표다.
호주도 AI 기반 무인전투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미국 보잉과 함께 ‘로열 윙맨(충성스러운 호위기)’란 무인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유인 항공기가 임무를 지시하면 AI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이며, 2021년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일본도 2035년까지 무인전투기를 배치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과 AI 기반 무인전투기 기술을 공동연구하기로 합의했으며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스텔스 기능과 무인기, 네트워크 성능 등을 높인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를 모델로 한 국방과학기술 관련 연구소 설립도 추진해왔다.
업계에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AI 파일럿 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 단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강구영 KAI 사장은 지난해 정책 토론회에서 “테스트 베드 마련과 타국의 AI 기술이전 장벽 극복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