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은 프랑스 비결은…장기적 플랜 수립 후 일관성[세계의 인구정책-프랑스]

지속적인 저출산 대응 정책 속 ‘전업주부 퇴직연금’ 도입 추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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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랜 기간 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하면서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 2.06명을 기록해 대체출산율을 밑돌기 시작했고, 2023년에는 0.72명까지 하락했다. 총인구수는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합계출산율의 지속적 하락 등으로 2021년과 2022년도에는 전년도 대비 총인구수가 감소하기도 했다. 정부가 저출산에 대응한 각종 정책을 내놓으면서 올해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반등 모멘텀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타 국가들의 인구정책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이에 이미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온 주요 국가들의 인구정책을 개관해 본다. [필자 주]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프랑스는 저출산 대응에 성공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저출산 문제는 1920년대 말 시작돼 어느 정도 안정된 수준으로 있다가 1963년 합계출산율 2.9명에서 이후 급감했고, 2000년 이후 증가해 2006년부터 2.0명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6년부터 다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며 2020년 1.8명으로 감소했고 2023년 1.7명 미만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세 전후 모든 사람에게 ‘난임 검사’ 제공…국내 보다 먼저 도입


보건사회연구원의 ‘프랑스의 인구정책 사례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의 총인구는 2024년 1월 1일 현재 6840만명으로 2023년 대비 0.3% 증가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약 1.68명으로 한국(0.72명)의 약 2.3배이다. 평균 출산 연령은 2023년 31.0세로 한국(33.6세)보다 2.6세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에서 인구정책은 가족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이며, 2024년 현재 더 강한 프랑스를 위한 ‘인구재정비 계획’이 수립돼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아동 양육과 관련된 직간접적인 비용의 경감을 위해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가족에게 다양한 수당을 지급하고 자녀 양육으로 인해 직업이 없는 전업주부에게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료를 지원하며 소득세의 가족계수를 통해 세금을 경감하도록 지원하는 등 포괄적인 가족지원 정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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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수당 정책은 가족수당을 제외하고는 일정 소득 이상의 가구에게까지 지원되는 수당이 없다는 것과 수당 금액이 소득 수준과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 세금 감면을 위한 가족계수(quotient familial)를 설정하고 많은 지원 정책에 활용하고 있으며 전업주부(parent au foyer)가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전업 주부(재택부모) 노령보험(L’assurance vieillesse du parent au foyer,AVPF)이 추진되고 있다.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는 이사지원금(La prime de dmnagement)과 다자녀 가구 카드(Carte familles nombreuses) 지원이 추진되고 있고, 주거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개인 맞춤형 주거 지원(Aide personnalise au logement, APL), 가족 주거 지원금(Allocation de logement familiale, ALF), 사회주택수당(Allocation de logement sociale, ALS) 등이 청년을 포함해 젊은 세대, 노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임신과 출산 관련 비용은 건강보험(Assurance maladie)에서 100% 보장되고 있고, 난임 퇴치를 위해 20세 전후 모든 사람에게 ‘난임 검사’가 제공되고 있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랑스 가족정책의 성과를 평가한 연구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시행돼 온 프랑스의 가족정책이 비교적 높은 출산율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아동 및 유자녀 가구의 낮은 빈곤율 등에 기여했다고 보고하고 있다”며 “특히, 정책의 일관성, 정책 간의 조화,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등도 프랑스 가족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정책에 대한 인지도·신뢰도 한국 보다 높아…국내 수당·물품 지원 상대적으로 부각돼


프랑스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인구정책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모든 정책에 대해 프랑스인의 약 70% 이상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 출산 및 육아 휴직제도, 자녀에 대한 수당, 다자녀 가구 추가 지원 정책, 조세 혜택(세금 경감), 지역 인구 균형 정책에 있어서 한국인과 비교해서 상당히 인지도가 높았다.

한국인은 보육 지원 제도와 출산수당 및 출산용품 지급 정책에 대한 인지도가 다른 정책에 비해 높았는데, 해당 정책의 인지도는 프랑스의 경우와 유사한 수준이다.

[출처 : 보건사회연구원, ‘결혼, 출산, 육아에 관한 인식 조사(2024)’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자녀 출산과 양육 지원을 위해 61.1%가 정부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30.9%는 관련 예산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한국은 약 80%가 정부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프랑스의 인구 현상은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의 관점에서 한국과 비교해서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며 “프랑스인은 자녀 출산을 결정할 때 한국인에 비해 여러 조건들을 덜 고려하는 편인데, 이는 프랑스 사회와 정부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체계적인 정책의 추진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는 1930년대부터 인구정책을 추진했고, 출산을 장려하는 기조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며 “인구정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장기적 시계를 가지고 꾸준하게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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