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금리인하 서둘 필요 없어…트럼프 발언 논평 안해”

연준, 트럼프 인하 요구에도 기준금리 4.25~4.50%로 동결…한미 격차 1.5%p

파월 “트럼프 관세·이민·재정정책 알 수 없어…구체화돼야 평가 가능”

트럼프 금리인하 요구엔 “대통령 발언 논평 안해…연락받은 적 없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으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 요구에도 동결을 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미국의 강한 경제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선 “논평하는 게 부적절하다”라며 언급을 피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연 기자회견에서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이고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선 “어떤 정책들이 실제로 실행될지 지켜보는 단계”라며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화상연설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해선 어떠한 답변이나 논평도 하지 않겠다. 그게 적절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인하 요구를 직접 전달한 적이 있는지에 관해선 “어떤 연락도 없었다”라고 답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경. [로이터]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3차례 연속 이어진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새해 들어 일단 멈추게 됐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3.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신중모드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WEF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를 재정적자, 지정학적 위험 문제와 함께 가장 큰 경제 위험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불확실한 점을 짚은 것으로 풀이된다.

ING이코노미스트팀도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정책을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증가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개선을 뚜렷이 확인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1월에 금리를 내릴 확률은 없으며 3월 금리 인하도 가능성이 낮아보인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임명한 뒤 그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WEF 화상 연설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요청하겠다고 언급한 뒤 “유가가 떨어지면서 난 금리를 즉시 내리라고 요구하겠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를 따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파월 의장을 만나겠다”며 “내 생각엔 내가 그들보다 금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독립성 유지에 강한 의지를 고수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로 어떻게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FOMC 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당시)이 사퇴를 요구할 경우 그만둘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안 하겠다”고 답하며 연준의 독립성 유지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새해 첫 FOMC 회의 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논평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법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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