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 타봤더니…승차감에 한번, 낮은 유지비에 두번 ‘감탄’ [시승기-2025년형 그랜저 LPG]

고속연비 11.9㎞/ℓ, 공인연비 훨씬 상회
‘가득요!’ 요청에도 8만원이면 충분
노면 소음 차단, 악셀 가속에도 ‘편안’


2025년형 그랜저 LPG [김성우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월급은 그대로인데도 지갑은 얇아져만 가는 것 같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계속되는데, 에너지 가격도 말썽이다. 1월 넷째 주 기준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1ℓ당 1800.5원으로 집계됐다. 차를 타기가 무서울 정도다. 친환경 차를 타자니 여전히 서민물가 수준과는 동떨어진 듯한 가격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6월 출시한 ‘2025년형 디 올 뉴 그랜저 LPG’(그랜저 LPG)는 이런 소비자들을 위한 경제적인 자동차다. 차량 가격은 3916만원으로 가솔린·하이브리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LPG 연료 가격이 휘발유 대비 64% 수준으로 훨씬 저렴하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서 전라남도 나주·무안을 거쳐 왕복 약 900㎞를 주행하면서 체험한 그랜저 LPG는 실로 경제적인 자동차로 다가왔다. 공인 연비는 7.8㎞/ℓ 수준으로 낮지만, 주유소를 찾았을 때 확실하게 부담이 덜했다. 한국LPG협회가 추산한 5년 유지비도 그랜저LPG가 가솔린 3.5보다는 273만원, 1.6하이브리드보다는 46만원 저렴하다고 한다.

더불어 고속주행에서는 경제성이 더욱 빛나는 느낌이다. 시내에서는 살짝 아쉬웠지만, 막히지 않는 새벽 시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과 동부간선도로 약 100㎞를 주행하면서 고속 연비는 11.9㎞/ℓ 가량이 나올 정도로 연비가 좋았다.

2025년형 그랜저 LPG 전면 [김성우 기자]


2025년형 그랜저 LPG 1열 [김성우 기자]


비결은 그랜저 LPG 3.5에 탑재된 V6 3.5ℓ LPG 액상 분사 방식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현대자동차의 최신 기술력이 들어간 덕분에 구형 IG모델 보다 엔진 배기량이 늘어났음에도(기존 3.0ℓ 엔진, 6단 변속기)에도 연비는 0.3㎞/ℓ 늘어났다고 한다.

차량의 최고출력은 240마력, 최대토크는 32㎏·m로, 타보면 나쁘지 않은 출력을 보여준다. 화끈하게 치고 나가는 맛은 없지만, 오르막길 구간을 지날 때나 급가속할 때에도 꿇림이 전혀 없었다.

연료통은 80% 충전을 기준으로 약 71ℓ 수준이다. 연료게이지가 한 칸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충전소를 찾아가 ‘완충’을 요청하니, 연료비는 약 8만원 남짓한 수준으로 휘발유보다 훨씬 저렴했다. 충전소가 가솔린/디젤만큼 많지는 않지만, 전국에 2000여 개소에 달해 계획을 충분히 짜면 문제가 될 일이 적다. 고유가 시대임을 고려했을 때도 감수할 만한 대목이다.

2025년형으로 진화하면서 진화한 실내 사양은 차량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그랜저 LPG는 다른 2025년형 그랜저와 같이 ▷차로유지보조 2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시스템 ▷트렁크 리드 조명 ▷뒷좌석 시트 벨트 조명 ▷실내 소화기 ▷전자식 변속 칼럼 진동 경고 기능 등 새로운 기본 사양을 추가로 탑재하고 있다.

이번 시승에서는 특히 차로유지보조 2 기능의 재미를 크게 봤다. 핸들의 옆에 위치한 운전대 모양의 버튼만 누르면 쉽게 작동할 수 있었는데, 여러 차례 굴곡이 진 고속도로 램프구간에서도 핸들이 45도 이상 꺾일 정도로 차선을 잡아줬다. 동시에 주행 제어 등 다른 주행보조 기능도 뛰어나서, 장시간 주행에서 피로감이 확실히 적었다.

2025년형 그랜저 LPG 주행보조 기능 안내 [김성우 기자]


2025년형 그랜저 LPG [김성우 기자]


차량의 편안한 승차감은 운전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우선 LPG 가스체 연료를 사용하는 차량답게 주행소음이 압도적으로 적었다. 운전자가 악셀을 밟을 때도 진동이 적어 편안하고, 뒷좌석에 앉은 동승자도 노면 소음을 억제하는 ANC-R(Active Noise Control-Road) 기술, 흡음타이어와 분리형 카페트 등 다양한 사양을 사용하고 있어 편안한 드라이빙감을 느낄 수 있다. 동승한 60대 여성도 “차량이 하이브리드차처럼 부드럽다”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과거 LPG차의 단점으로 지목돼 온 작은 트렁크 문제는 그랜저 LPG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얘기다. 최근 출시되는 LPG차들이 도넛 모양의 신형 LPG 탱크를 트렁크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골프백이나 캠핑용품을 포함한 다양한 짐을 싣고도 전혀 부담이 없다.

전체적으로 종합해 봤을 때, 그랜저 LPG는 LPG 연료를 사용하면서 경제성과 승차감을 모두 잡은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오는 차량이었다. 장거리 운전이 많은 소비자라면 상업용 목적이 아니더라도 차량은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LPG차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0.006g/㎞로, 경유차 배출량 0.560g/㎞의 93분의 1에 불과한 만큼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지다.

2025년형 그랜저 LPG 후면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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