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뒷걸음질’ 삼성전자…외국인 보유 비중 2년來 최저 [투자360]

50.24%…2023년 1월 이후 최저
외인 6개월 순매도 1위, 2위도 우선주
증권사 7곳 이달 목표주가 하향
‘가성비 AI 모델’ 딥시크 등장 여파 촉각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에서 2분기째 뒷걸음질 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2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가성비’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가 등장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1일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은 30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보다 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 줄었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했다.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침체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가 부진한 데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삼성전자는 중국산 저가 메모리 공세와 SK하이닉스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라는 대내·외 악재로 외국인 순매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6개월 동안 삼성전자를 22조5442억원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우선주(-1조502억원)는 순매도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비중은 50.24%(24일 기준)로 집계됐다. 지난해 최고치 56.55%(7월12일) 대비 6%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2023년 1월 25일 기록한 50.17%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54%로 출발한 외국인 비중은 7월12일 56.55%까지 올랐다. 그러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으로 반도체주를 둘러싼 투자심리도 흔들리고 있다. 딥시크가 저사양 칩으로 고성능을 구현하면서 고성능 칩에 의존하던 AI시장 판도에 균열이 생기면서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가속기인 H100 대신 성능을 다운그레이드 시킨 H800가 사용된다. H800은 엔비디아가 2022년 개발한 구형 칩으로 5세대 HBM(HBM3E) 대신 HBM2E나 HBM3 제품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낮은 메모리 사용량을 주목하며 “이러한 추세가 일반화될 경우 그래픽처리장치(GPU) 내 디램(DRAM) 채용량 정체 또는 감소로 향후 HBM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디램 업체들에게는 HBM 대비 저용량, 저가인 GDDR 등 DRAM이 AI 용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해서 HBM의 성장세 둔화를 상쇄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며 “엔비디아의 최신 GPU에 고용량, 고성능 HBM을 공급하며 동반 성장해온 DRAM 업체들에게도 시장의 성격이 바뀜을 의미하므로 당분간은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딥시크가 사용하는 H800은 저사양 칩이기 때문에 오히려 삼성전자에게 기회라는 관측도 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 B200에는 180Gb HBM3E가 탑재되지만, H800에는 80Gb HBM3 메모리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저사양 AI 가속기의 중국 수출을 막으면 삼성전자에 타격을 준다. 트럼프 행정부서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오전 9시35분 기준 2.61% 하락한 5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사 7곳은 이달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DS투자증권은 지난 7일 기존 9만3000원에서 17.20% 낮춘 7만7000원을 제시했다. 다음날 교보증권은 9만원에서 16.67% 내린 7만5000원,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9만원에서 14.44% 하향한 7만7000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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