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미칠듯이 우울해요” 설마 공원이 답일 줄은 몰랐다 [세상&]

김현정 서울대 교수 등 ‘정원처방 감정에 미치는 영향’ 조사
서울시 공원 처방 시범사업 완료후 올해부터 사업 본격화


정원처방을 받고 있는 서울 시민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마음이 아프면 공원으로…”

서울형 ‘정원처방(공원처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우울감과 외로움이 개선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서울시는 올해부터 공원 처방을 본격화한다.

30일 서울시의 의뢰로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와 슬기로운재활의학과병원 팀이 진행한 ‘서울형 정원처방이 고립·은둔청년의 우울감, 외로움, 감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불암산-관악산 정원처방 프로그램과 서울숲공원 정원처방 프로그램 참여한 사람들의 한국판 CES-D(우울척도)테스트 상의 우울 점수는 모두 감소했다. 이 조사는 서울형 정원처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립·은둔청년 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처방 내용은 ‘관찰과 몰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정원속 마음산책’, ‘숲명상’, ‘ 정원 속 오감힐링체험활동으로 정원산책’ 등이다.

연구진은 특히 한국판 PANAS(한국판 정적 정서 및 부적 정서 척도) 테스트 결과, 모든 프로그램의 긍정 정서 평균 점수가 프로그램 전 20.69(오차±5.09)에서 후 26.15(±5.55)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정 정서 평균 점수는 프로그램 전 30.39(±10.20)에서 후 19.67(±9.13)으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서울형 정원처방 프로그램이 참여자들의 심리적 건강을 개선하고 정서적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개입 방법임을 시사한다”고 썼다.

김현정 교수는 통화에서 “가장 나쁜게 부정적인 정서인데, 정원과의 교감을 통해서 이 생각들이 스톱됐다는 것”이라며 “정원에서 어떤 행위들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 힐링공간에서 적극적인 치유의 공간으로=“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공원 설계가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의 말이다. 휴식처가 될 녹지 공간을 만들지 않으면, 도시생활로 인한 정신질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집 대신 공원을 만드냐는 반발에 이렇게 일갈한 뒤, 맨허튼에 축구장 500개 규모의 센트럴파크를 조성했다.

21세기 들어 공원은 단순히, 단순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가 아닌, 적극적인 ‘치유’의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공원 처방’은 2019년 8대 글로벌 웰니스 트렌드로 선정되기도 했고,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기후변화 및 건강에 대한 특별 보고서에서도 인정받았다. 2013년 미국 시민운동가들의 ‘Parkrx(파크렉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공원처방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독일이 앞서가고 있다. 유럽 최초로 187헥타르 규모의 치료림을 개장했다. 특히 공원처방을 위해 의사 자격 의료인 중 별도 전문 분야 자격인 ‘휴양지 의사’ 자격증 제도를 두고 있다. 캐나다도 2022년 국가차원에서 공원처방법을 국가 의료 쳬계의 일환으로 지정했다. 캐나다 의사, 간호사, 의료 전문가는 ‘팍스 캐나다 디스커버리 패스’라는 이름으로 환자에게 국립공원 입장권을 제공할 수 있다. ‘팍스 캐나다 디스커버리 패스’을 받은 환자는 1주일에 2시간 또는 하루에 20분씩 자유로운 방식으로 국립공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영국에서도 스코틀랜드에서의 자연처방(공원처방) 시범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서 잉글랜드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민이 정원처방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올해부터 ‘공원 처방’ 본격화=‘정원도시’를 표방한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공원처방을 시책 중 하나로 정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산림치유센터, 서울둘레길 등 11곳에서 고립은둔청년·청년마음 지원·치매안심·정서안정 등 6개 프로그램(총 52회)이 운영돼 총 598명이 참여했다.

반응도 긍정적이다. 서울시가 참여자 179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참여자의 96.7%가 ‘심신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정원치유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답한 사람도 98.3%에 달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공원처방’ 사업을 확대하고 본격화한다. 먼저 유아·어린이부터 청년, 어르신까지 생애주기별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트라우마 완화를 위한 정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소방관 등 트라우마를 겪기 쉬운 환경의 직업군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2025년 11월 서울 보라매 공원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도 특별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그램과 참여자수도 큰 폭으로 늘린다. 서울시는 사회복지시설 등 256개 기관이 참여해 총 770회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원처방 대상도 15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캐나다와 독일처럼 의료 단체와 연계된 사업도 구상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정원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며 “한국에서도 공원처방에 의료진이 참여하는 방안을 산림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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