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효율적 AI 등장에 시장 ‘흔들’
“AI 산업엔 호재 엔비디아엔 악재”
[챗 GPT를 사용해 제작했음]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명실상부 인공지능(AI) 대장주로 불리던 엔비디아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에 크게 흔들렸다. 지난 27일 뉴욕증시 전반으로 퍼진 딥시크 위력은 AI 산업의 투자가 국가적 경쟁으로 확산하는 모습으로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결국 AI가 미·중 간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딥시크의 저렴한 AI 모델 개발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7일 약 17% 급락했다. 이후 주가가 9% 반등하더니 다음 날 다시 5%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딥시크의 등장이 충격인 이유는 대규모 최신 그래픽 처리 장치(GPU) 구매만이 AI 개발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그간의 개발 방식에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31일 보고서를 통해 “그간 AI 산업에서의 경쟁 구조는 엔비디아의 초고가, 최신 GPU를 대량 구매해 전력을 더 소모하더라도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갖추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나, 딥시크는 하드웨어 강화가 아닌 알고리즘·최적화 기술·오픈 소스 등 소프트웨어 기술로 여타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4o·GPT-o1 등) 서비스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딥시크의 성공 모델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 AI 혁신은 얼마나 지출하는지에 의해서가 아니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딥시크는 미국 주도의 AI 개발 판도를 흔들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수출 규제를 받아온 중국 입장에서는 불가능했던 고사양 AI 칩 사용을 극복, 미국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희망이 생겼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특히 시장의 충격이 컸던 점은 딥시크의 Base 모델 V3의 개발 비용이 557만6000달러(약 78억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는 것”이라며 오픈AI의 ChatGPT4와 구글의 Gemini와 비교했을 때 큰 AI 모델 훈련 비용 격차에 주목했다.
차 연구원은 “그러나 딥시크가 주장하는 비용과 개발 과정에 있어서는 여러 의구심이 존재한다”며 딥시크의 트레이닝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딥시크의 가장 큰 특징은 학습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보상에 따라 훈련하는 강화 학습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는 정확한 출력값을 라벨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는 두는 지도 학습 대비 구조적으로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되는 단점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딥시크가 수출 규제로 인해 표기가 불가능한 High-End AI칩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차 연구원은 결국 기업들이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범용인공지능(AGI) 단계에 먼저 도달하기 위한 강력한 투자라고 봤다.
황병준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궁극적으로 AI 시장 내 주요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AGI의 구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AI의 AGI 로드맵에 따르면 AGI 구현을 위해 ‘대화-추론-자율-개발/혁신-조직 운영’의 5단계를 거친다”며 “딥시크-R1의 등장이 센티먼트를 악화시킨 것은 글로벌 주요 AI 기업들의 수익화가 애플리케이션 내의 단순 업무를 보조하는 챗봇이나 BI(데이터 분석)와 같은 대화 추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대비 딥시크는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리소스를 활용해 정확한 추론값을 도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론티어 모델 고도화와 AGI 단계 조기 돌입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이 필수적”이라며 “결국 블랙웰 양산이 핵심”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딥시크의 성공 모델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 AI 혁신은 지출 규모가 아닌 효율에 달려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일부 보도에 따르면 딥시크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챗GPT보다 75% 덜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추세가 일반화될 경우 GPU 내 D램 채용량 정체 또는 감소로 향후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송 연구원은 “D램 업체들에게는 HBM 대비 저용량, 저가인 GDDR 등 D램이 AI용으로 얼마나 빨리 성장해서 HBM의 성장세 둔화를 상쇄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에 고용량, 고성능 HBM을 공급하며 동반 성장해 온 D램 업체들에게도 시장의 성격이 바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미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GPU (H800, H20 등)의 판매를 향후 모두 금지하게 된다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같은 GPU에 HBM을 공급해 온 한국 D램 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관련해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에도 삼성전기를 가장 좋게 보고 있다”며 “AI서버(ASIC향 FC-BGA, 서버용 MLCC)에 대한 수요 확대가 주된 투자포인트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비용효율적인 AI모델이 On-device AI의 확산, 즉 엣지 디바이스의 추론을 강화할 경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AI 관련 주식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판단했다.
고 연구원은 LG전자의 LLM을 활용한 스마트홈 전략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그는 “LG전자의 AI 허브는 일반 가전을 AI 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서로 다른 가전을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며 “AI 허브의 두뇌는 GPT와 같은 AI 모델이 담당하는바, 비용효율적 AI 모델의 등장은 이를 활용하는 LG전자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이번 사태의 수혜로 인식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이어 애플의 수혜와 관련, LG이노텍과 같은 애플 공급망에 대한 투자 심리도 단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다만, 공급망 내 경쟁 심화는 여전히 동사 멀티플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으로 펀더멘탈 변화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