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대 1 경쟁률에 청약되고도 포기
수천만원 마이너스피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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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힐스테이트 등촌역’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6일 1순위 청약에서 35.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계약 취소가 늘며 무순위 물량으로 총 79가구가 나왔다. 이달 19일 진행된 무순위 예비 당첨자 계약률은 99%. 완판은 아니다. 해당 단지 분양 관계자는 “전용 59㎡는 다 나갔고, 전용 84㎡ 중 A타입의 두가구 정도가 아직 미계약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남은 가구에 대한 판매 진행 방식은 아직 정해진 바 없고 곧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 한파로 ‘얼죽신(얼어죽어도 신축)’ 열풍도 힘을 못 쓰고 있다. 특히 공급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던 서울 지역에서도 계약 포기가 이뤄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있는 ‘더샵퍼스트월드’도 이달 3일 청약 접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일부 유형에서 미달 가구가 나오며 완판에 실패했다. 특히 전용면적이 큰 타입 위주로 미달 가구가 발생하는 모습이다. 총 83가구를 모집하는 전용 98㎡ A타입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에는 61가구가 신청해 22가구가 미달했다. 전용 118㎡는 해당지역 1순위 청약서 40가구 미달이 발생하며, 다음 단계인 기타지역 1순위 청약으로 넘어갔으나 이마저도 15가구 미달이 났다. 분양 관계자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 청약 일정이 맞물리다 보니 계약 포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수자를 찾지 못해 마이너스피마저 등장한 단지도 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미아’ 전용 80㎡는 이번 달 분양가보다 6000만원 싼 매물이 등장했다. 해당 층 분양가는 11억원이 넘는데 10억 3000만원대까지 떨어진 매물이 시장에 나와있다. 1000만~2000만원대 마피가 붙은 매물은 수두룩하다.
미아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매수자가 선뜻 매매에 못나서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큰 금액대의 마피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며 “해당 물건도 처음부터 마피가 붙은 채로 시장에 나온 것은 아니다. 매도자가 2029년에 입주하는 다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서 빨리 정리하기 위해 급매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청약 당첨 후 포기나 새 아파트 마피 등장은 규제에 따른 영향이 크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미입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잔금대출 미확보(34%)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기존 주택매각 지연(32.1%) ▷세입자 미확보(17%) ▷분양권 매도 지연(9.4%)등의 답이 이어졌다.
세금 관련 규제 변경도 분양권 거래 시장 위축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양도소득세 관련 해석을 변경하면서, 매수자 부담이 늘었다. 분양권의 경우 1년 미만 보유 시 77%(지방세 포함), 1년 이상 보유 시 66%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기존에는 매수자가 매매 거래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대신 부담할 때 최초 1회에 한해서만 해당 세액을 양도가액에 합산했는데, 기재부의 해석 변경으로 이제는 양도세 전액을 매수자가 부담해야 한다.
우병탁 신한프리미더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매수인 입장에서 프리미엄에 얹어 양도세까지 더해 못사겠다는 생각이 들고, 매도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가격이 올라갈만한 가능성이 높아 프리미엄이 붙은 단지기 때문에 준공 후 시간이 지나 비과세 요건을 갖춰 팔 때까지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는 뒷걸음질 쳤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용 3.3㎡ 기준 분양가는 4408만9000원으로, 전월 대비 300만원가량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