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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임신한 아내를 두고 부부싸움 후 집을 나간 남편이 결혼 생활 중 ‘이혼 시 재산을 모두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면 실제 이혼 때 효력이 발생할까?
31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술과 여자 문제로 문제를 일으킨 남편에게서 여러 차례 각서를 받은 A씨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1년의 열애 끝애 결혼한 A씨는 남편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용서를 빌며 각서를 써 줬다고 했다. 각서는 ‘내 잘못을 인정하고 이혼 시 재산을 모두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A씨는 임신을 했고 바뀔 거라 생각했던 남편은 되레 부부싸움 후 집을 나가버렸다. 결국 A씨는 홀로 출산했고, 2년간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남편은 돌아오기는커녕 양육비도 보내지 않았다.
결국 둘은 갈라섰고, 협의이혼에 따른 합의서를 작성해 공증까지 받았다. 임대차 보증금을 반으로 나누고 남편이 A씨에게 양육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되 그 외 양육비와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A씨는 이후 각서를 근거로 협의이혼이 확정되기 전 양육비를 정기금 형태로 받는 등 합의서 내용을 바꾸고 싶어 했다.
사연을 접한 신진희 변호사는 “결론만 말하면 이러한 각서는 효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신 변호사는 “법원은 이러한 각서가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생활을 유지하고자 작성해 준 것이기 때문에 이혼을 전제로 재산 분할에 협의했다고 볼 수 없고, 또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할 때 그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따라서 재산분할 청구권의 사전 포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각서가 효력을 가지거나 재산 분할에 참작되기는 어렵다”며 “다만 이러한 각서에 배우자가 본인의 잘못을 기재한 경우 위자료 산정에 참작될 수 있으므로 만약 각서를 작성하신다면 상대방의 잘못을 상세하게 적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상대방과 협의 이혼을 하기로 해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협의 이혼에 이르지 못한 상태이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상대방은 이러한 청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두 사람 사이에 선행해야 하는 협의 이혼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상대방의 주장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양육비의 경우 사건 본인의 복리를 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일시금으로 약정을 했더라도 재판부가 보기에 일시금 약정이나 액수 등이 사건 본인의 복리에 현저히 반한다고 판단되면 합의서가 효력이 없다고 볼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 변호사는 “선행돼야 하는 협의 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공증을 받은 합의서라도 효력은 없으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며 “상대방의 여성 문제나 술 문제 등으로 갈등이 반복됐고 상대방이 각서를 작성한 것도 있으므로 위자료 인증에 충분히 참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