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김문수…재등판 신호탄 한동훈 [이런정치]

김문수, 설 연휴 다수 여론조사 2위
“尹탄핵소추 과했다” 보수 밀착 洪
보폭 넓힌 吳…‘경제주자’ 강조한 劉
韓, 측근발 목격담서 “기죽지 말라”
‘40대 기수’ 이준석, 강남캠프 시동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김해솔 기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여권의 시선이 보수 잠룡들에게 쏠리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예상 밖 선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주요 주자들은 설 연휴 기간 메시지 관리에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측근발 목격담’을 띄우고 재등판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장관은 보수 대권주자 가운데 선두를 달렸다.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로 24∼2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은 14%를 얻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5%)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그외 보수주자들은 한동훈 전 대표(7%), 오세훈·홍준표 시장(각 5%),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2%) 등으로 나타났다.

입소스가 SBS 의뢰로 23∼25일 진행한 여론조사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35%), 김문수 장관(15%), 홍준표 시장(8%), 한동훈 전 대표(7%), 오세훈 시장(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 의뢰로 27~28일 실시한 여론조사는 이재명 대표(36%), 김문수 장관(17%), 오세훈 시장(7%), 홍준표 시장(6%), 한동훈 전 대표(5%) 순으로 집계됐다.

김 장관이 유력 보수주자들을 제치고 급부상한 배경에는 보수 결집 현상과 짙어진 ‘반이재명’ 정서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11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국무위원 전원 기립 사과’ 요구를 홀로 거부한 강성 보수 인사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홍 시장이나, 지난해 7·23 전당대회에 친윤(친윤석열) 주자로 나섰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보다 강성으로 분류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김 장관의 상승세가 이례적인 보수 결집 양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지, 판을 흔들 유의미한 변수가 될지를 놓고 여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공무원 출신이 아니라 ‘김문수계’까지 있었던 대권주자에 이름을 올렸던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며 “정치를 알기 때문에 (지지율 상승에도) 침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


다른 보수주자들은 연휴 기간 메시지 관리에 집중했다. 홍 시장은 29일 방영된 MBC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보수 패널로 출연해 “계엄은 내란이 아니며, 탄핵소추는 과했다”라며 기존 보수 진영의 입장을 대변했다. 홍 시장은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엔 “집단적 광기로 나라의 앞날이 결정되는 건 지난번 박근혜 탄핵 한 번으로 족하다”라며 “국민들은 방휼지쟁으로 지샌 지난 3년이 아까울 뿐일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소상공인, 의료·안전, 노인복지 등과 관련된 현장 행보로 보폭을 넓혔다. 30일에는 “지금이라도 야당은 기업 활력 지원법안을 수용해야 한다”라며 거대야당에 각종 경제·민생 법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돌풍, 노인 빈곤 문제를 언급하며 ‘경제 주자’ 이미지를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30일 “계엄과 탄핵으로 나라가 분열과 갈등에 빠져 있지만,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라며 “경제를 살리는 능력, 이것이 다음 대통령의 자격”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은 25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기한 연장 불허와 관련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불법 구금을 즉시 해소하고 석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침묵 중인데, 여권에선 ‘전략적 침묵’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한 전 대표는 연휴 시작 전날인 24일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발 목격담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초선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비례)을 비롯한 소수의 친한계 지도부 출신 인사들과 만나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기죽지 말라”, “국민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인 만큼 단단하게 잘 추슬러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SNS]


진 의원은 작년 7·23 전당대회에서 ‘팀 한동훈’으로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해 당선된 최측근으로,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의원에 이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던 인물이다. 진 의원과 찍은 사진이 공개되며 알려진 이번 만남은 지도부 붕괴 사태 이후에도 친한계가 건재하다는 의미이자, 주춤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복귀 여론을 형성하는 ‘재등판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세 규합을 하면)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어서 연휴 이후에 전략적으로 움직이려고 했었다”라며 “이번에 진 의원이 나선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원소환’을 통해 허은아 대표 등 퇴진을 결정한 개혁신당도 이준석 의원의 출마를 전제한 조기대선 채비에 나섰다. 오는 3월 만 40세가 돼 대선 출마 자격이 생기는 이 의원은 완주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완주를 목표로 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며 “(그게 아니면) 제가 당을 따로 차린 이유가 뭐겠나”라고 답했다.

개혁신당은 서울 강남역 부근에 대선 캠프를 차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나면 바로 임시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이라며 “당헌·당규상 대선 후보 선출 규정 등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진=이상섭 기자]


한편 KBS 여론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8.4%,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p)다. MBC와 SBS 여론조사는 무선전화면접으로 각각 실시됐고 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p다. 응답률은 각각 18.9%, 20.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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