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최윤범 공정위에 신고…“탈법적인 출자구조, 공정거래법 정면 위반”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31일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이 100% 지배하는 호주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전·현직 이사진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 행위 조항을 다루는 첫 사례인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는 물론, 향후 재계 전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코너에 몰린 최윤범 회장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냈다”며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박기덕 사장, SMC의 이성채 CEO·최주원 CFO 등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전날인 22일 오후, 고려아연이 100% 지분을 보유한 호주 소재 유한회사 SMC는 최씨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지분 중 10.33%를 575억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5.42%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고려아연도 영풍 지분을 취득하자, 최 회장 측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한 경우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과 MBK는 “최윤범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의 명의로 이루어진 영풍 주식의 취득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1조에 따라 금지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누구든지 기업집단 규제를 회피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제36조 제1항에도 저촉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풍과 MBK는 “SMC는 호주에서 아연제련업을 영위하며 현금성 자산을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에 의존해 보유하는 회사로, 차입금을 재원으로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의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SMC의 영풍 주식 인수는 공정거래법 제21조의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탈법행위(공정거래법 제36조 제1항)이며, 이러한 탈법행위의 유형인 ‘자기의 주식(고려아연)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영풍)을 타인의 명의(SMC)를 이용하여 자기(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영풍과 MBK는 “상호출자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 최윤범 회장 측 출자구조와 같이 노골적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그만큼 해당 제도의 엄중함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이 깊이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분율의 열세와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선임이 좌절될 위기에 처한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에 대한 부당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최후의 수단으로 전례가 없는 규제 회피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위법 행위로 나온다면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2조에 관한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영풍과 MBK는 법조계 관계자를 인용해 “최윤범 회장 측의 탈법행위는 2014년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제 도입 이후 최초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대형사건’”이라며 “이러한 탈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방식의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고,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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