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예외 ‘반도체 특별법’ 2월 통과하나…노동계는 규탄 대회

반도체 생산 현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야당이 주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 예외에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반도체 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월 3일 반도체 산업 종사자의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에 예외를 두는 내용 등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 관련 ‘정책 디베이트(토론)’를 주재한다. 민주당은 정책 방향에 이견이 있을 때 공개토론을 벌여 왔다.

반도체 특별법은 이 대표가 직접 전향적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며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전문직 근로 시간 규율 적용 제외)’ 등 노동시간 관련 조항을 특별법에 포함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R&D 업무가 반도체 업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행 근로기준법에 마련돼 있는 특례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2월 3일 국회 정문 앞에서 반도체 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한국노총은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주4일제를 추진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재명 대표가 직접 좌장을 맡아 반도체 특별법 관련 정책 디베이트를 개최하는 등 부화뇌동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면서 “반도체 특별법은 특정 산업·직군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적용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법정화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특별법 통과는 불가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현행 특별 연장근로 방식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홍배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특별 연장근로 신청 건수는 총 6112건이었다. 이 중 연구개발을 위한 신청은 26건(0.4%)에 그쳤다. 근로기준법 상 근로 시간은 주40시간이 기본으로,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이렇게 총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한 경우 사업주는 처벌 대상이다. 단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근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특별 연장근로제도를 두고 있다. 연장근로는 근로자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유는 ▷재해·재난 ▷인명·안전 ▷돌발상황 ▷업무량 폭증 ▷R&D 등 모두 다섯 가지에 한정된다. 반도체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R&D 인력에 대한 주52시간 상한제 특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연구개발을 위한 특별 연장근로 신청이 26건(0.4%)에 그쳤다는 건 경쟁력 강화와 근로 시간의 상관관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 2023~2024년 R&D 분야에서 고용부가 특별 연장근로를 승인한 23건 중 22건은 삼성전자였고, SK하이닉스는 단 1건도 없었다며 반도체 기업의 위기는 근로 시간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고용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은 지난해 10월 말까지 3개월(12주) 단위로 15차례에 걸쳐 1658명의 R&D 인원을 대상으로 주 12시간씩 총 23만8752시간의 특별 연장근로를 실시했다. 2023년에는 7회에 걸쳐 1358명 대상 19만5552시간을 연장근로를 실시했다. 같은 기간 삼성을 제외한 반도체 기업의 특별 연장근로 승인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LX세미콘(2024년 1회)이 유일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특별 연장근로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특별 연장근로에 따른 삼성 R&D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을 고려하면 주52시간 예외가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오히려 근로 시간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근로 시간 예외 적용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3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반도체산업 특별법 등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국정협의회 활성화를 당부했다. 최 대행은 “여야정이 참여하는 국정협의회가 활성화되길 희망한다”며 “이를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등 민생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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