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펜 로스쿨 출신 강세라 변호사 출장 다녀오다 참변
1살 아들 키우던 군인 아빠도 사고로 희생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DC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 헬기의 충돌·추락 사고의 희생자들. 왼쪽부터 사라 리 베스트(한국명 강세라 33), 리스 키스(33), 라이언 오하라(28). [인터넷 캡처]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DC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 헬기의 충돌·추락 사고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미국이 슬픔에 잠겼다. 탑승객 중에선 한국계 10대 피겨스케이팅 선수 2명과 함께 출장 중 참변을 당한 강세라 변호사, 1살 아들을 키우던 군인 아빠 등의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여객기-헬기 충돌로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하면서 희생자들의 사연을 조명했다. 특히 이번 참사에 희생된 피겨 스케이팅 선수진 외에도 여객기에 탑승한 민간인들과 군 헬기에 있던 군인의 가슴아픈 사연도 전해졌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DC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 헬기의 충돌·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라 리 베스트(왼쪽·33). [인터넷 캡처] |
WP에 따르면 여객기 탑승자인 변호사 사라 리 베스트(한국명 강세라, 33)는 다음 달 21일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맞아 오는 5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남편인 다니엘 솔로몬은 “아내가 늘 근면성실하게 일했으며, 언제나 친절했다”면서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수제 카드 등을 몰래 준비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고 WP에 말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DC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 헬기의 충돌·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리즈 키스(33). [인터넷 캡처] |
또 다른 탑승객인 리즈 키스(33)는 생일인 29일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스는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 출장을 다녀온 뒤 노스웨스트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남편과 조촐한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그의 남편인 데이비드 시드먼은 “아내는 언제나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면서 아내가 세상을 떠난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DC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 헬기의 충돌·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난 라이언 오하라(오른쪽·28)가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인터넷 캡처] |
여객기와 충돌한 블랙호크 헬기 탑승자들의 사연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여객기와 충돌한 블랙호크 헬기의 기장 라이언 오하라는 슬하에 1살인 아들을 키우는 가장이었다. 그의 아버지 게리 오하라는 “아들은 모두에게 미소를 짓고 군대 생활을 좋아했던 멋진 아들이었다”며 “부모로서 어떻게 이런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족들 모두가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고 WP에 전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레이건 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다 육군 헬기와 충돌해 추락한 미국 아메리칸 항공 여객기 탑승객 중 한명인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왼쪽)과 스펜서 레인(오른쪽)의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한편 이번 사고로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2명이 숨지면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최고경영자(CEO)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사고기에는 캔자스주 훈련 캠프에서 돌아오던 선수 등 14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중 6명은 이 클럽 소속의 선수, 코치, 가족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중에는 한국계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13)과 그의 어머니 진 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나 한은 2020년부터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소속으로 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22년 보스턴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피겨 꿈나무’로서 당시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를 지켜보는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제그히베는 지나 한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멋진 아이이자 훌륭한 선수였다고 했다.
희생자 명단에는 한국계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스펜서 레인(16)과 그의 어머니 크리스틴 레인도 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인들은 스펜서 레인이 재능과 투지를 모두 갖춘 선수였다고 회고했다.
그가 스케이트를 시작한 나이는 13세였다. 이는 다른 정상급 선수들보다 10년 정도 늦은 출발이었지만, 그가 고속 성장을 보이면서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거론됐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사망 당일인 29일 그의 틱톡 계정에는 그가 ‘트리플 토 루프’를 연기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의 인스타그램 대문에는 31일 현재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1994년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챔피언 출신인 코치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러시아). [AP] |
1994년 세계 피겨선수권대회 챔피언 출신인 코치인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러시아) 역시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1995년 결혼한 이들은 1998년 미국으로 이주해 코치로 활동해왔으며 지나 한과 스펜서 레인도 그들의 제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