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김앤장 vs 변칙은 좀…” 공정위·법원, 고려아연 사태 어떻게 판단할까 [투자360]

공정거래법 ‘국내’ 계열사 한정, 상법은 ‘해외’ 법인도 적용 주장
첨예한 법적 입장차이,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관건’
해외 계열사 2곳 들렀다가 순환출자, ‘회피’ 간주 여부 주목


[연합]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최윤범 회장이 영풍-MBK파트너스에 고려아연 경영권을 넘길 위기에 직면한 순간 최 회장 측 법률 대리인 김앤장(김·장 법률사무소)은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고려아연에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고 상법에 근거해 영풍이 소유한 의결권을 무력화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일단 성공했으나 김앤장을 바라보는 업계 내 평가는 엇갈린다. 국내 최대 로펌으로서 고객 기대에 부합하는 묘수를 고안했으나 변칙적인 수단을 동원한 만큼 평판 리스크도 따라오게 됐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법원 손에 넘어간 만큼 ‘위법’ 여부에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영풍과 MBK는 공정위에 ▷최 회장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고려아연 ▷이성채 선메탈코페레이션(SMC) CEO 및 최주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동시에 중앙지방법원에 지난달 23일 진행된 임시주총 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분쟁 당사자인 최 회장 못지 않게 김앤장 역시 공정위와 재판부 판단에 긴장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김앤장은 임시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1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준 자문사다.

사실 임시 주총 개최 직전까지만 해도 영풍-MBK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의결권 지분이 46.7%로 과반에 근접하고 주요 글로벌 기관투자자도 MBK 측에 힘을 실어준 상태였다. 그러나 임시 주총 개최 하루 전 고려아연은 모자회사 간 상호주 구도를 형성해 영풍 의결권 지분 약 28%를 ‘0%’로 만들었다.

고창현 김앤장 변호사 [공식 홈페이지]


임시 주총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고창현 김앤장 변호사 역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법적’으로 타당한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호주 소재 SMC가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하면서 시작됐다. 고려아연은 SM홀딩스를 통해 SMC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SMC 역시 상법상 고려아연 자회사로 볼 수 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르면 회사(고려아연), 모회사(영풍), 자회사(SMC)가 다른 회사(영풍) 주식 10% 이상을 소유하면 그 다른 회사(영풍)가 가진 회사(고려아연)의 주식의 의결권은 사라진다.

영풍-MBK 측은 상법의 경우 ‘국내 법인’에 적용되는 만큼 해외 법인 SMC가 동원된 상호주 구도상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려아연 측의 김앤장은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조문에 법인의 성격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 국내, 해외 법인 관계 없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내달 열릴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 지분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경영권을 둔 법리 다툼과 별개로 공정위 판단 역시 관심거리다.

고려아연은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한 상태다. 지분 소유 구조를 도식화하면 ‘영풍→고려아연→SM홀딩스→SMC→영풍’이 된다. 공정거래법 21조, 22조에 따르면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금지돼 있으나 김앤장 측은 관련 법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점을 강조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칙론적으로는 규제 대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만 해외 계열사 2곳을 거쳐 영풍 지분을 취득한 것이 ‘국내 계열 출자’와 다름없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공정거래법 37조, 38조에 따라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여기에 이번 행위가 공정거래법 회피 행위로 간주될 경우 탈법을 금지하는 36조 위반 행위가 되면서 124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영풍-MBK 측은 “공정거래법상 영풍그룹이라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고려아연과 SMC 등 계열기업들의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외국회사’여서 법 적용이 없다고 회피하면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외국회사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고려아연 관계자는 “김앤장은 법률 대리를 맡고 있고 상호주 의결권 제한 관련한 의사결정은 컨설팅, M&A 업계 등의 의견을 종합해 회사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영풍-MBK 측은 공정거래법은 해외 자회사에도 적용 대상이라 주장하면서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국내 회사에만 적용된다며 오히려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라고 반박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경영권 분쟁 자문에 일가견 있는 김앤장이 저력을 드러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법무법인이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는 결정을 유도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고려아연 측에서 순환출자로 영풍 의결권 무력화를 일찌감치 시도하지 않는 점 역시 문제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