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늦었다”…에어부산 화재 때 기내 소화기 못 썼다, 왜?

지난 28일 밤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내부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화재는 1시간 16분 만에 완전히 진압됐고 승객 170명(탑승 정비사 1명 포함), 승무원 6명 등 모두 176명은 비상 슬라이드로 모두 탈출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당시 기내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비상대피 먼저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화재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발견이 늦어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 대피를 우선 고려했다는 게 에어부산 측 입장이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 당시 김해공항 에어부산 BX391편 기내 후미 수화물 선반(오버해드 빈)에서 연기가 발생한 뒤 불꽃이 보였다.

일부 승객들이 선반에서 불꽃과 연기를 봤다는 증언을 함에 따라, 기내용 수화물에 있던 휴대전화 보조배터리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전자기기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승무원은 화재를 인지한 뒤 즉시 기내용 소화기를 들고 선반 쪽으로 향했지만, 실제 사용하지 않았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승무원이 소화기를 들고 이동했을 때는 이미 연기가 자욱해 화재 진압보다는 비상탈출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소화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선반 문도 열지 않고 즉시 기장에게 보고해 유압 및 연료개통 차단 후 비상탈출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내 수화물 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일 경우 초기에 발견되지 못하면 소화기로도 사실상 진화하기가 어려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8일 밤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기내 전체를 태우고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내 사고기 모습. [국토교통부 제공]


전문가들 역시 이륙 전 기내 수화물 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진화 시도보다 비상대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항공기 화재는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이 닫힌 선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초기 발견하기 어려워 진화가 쉽지 않다”며 “선반 문을 열면 화염이나 연기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진화보다는 비상탈출을 먼저 하는 것이 적절했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소화기로는 배터리 불을 끄기 쉽지 않고 물로 냉각 소화해야 한다”며 “소화기로 조금이라도 진화를 한 다음 화장실 세면대로 달려가 물에 넣어야 하는데 화재 초기 발견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도 “현재까지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소화약제는 없다”며 소화기 사용을 했더라도 진화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시중에 리튬이온 배터리 전용으로 판매되는 형식 승인 D급 소화기는 금속화재용으로 리튬배터리와는 무관하며, 현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로 냉각 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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