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에서 여객기와 미군 헬기가 충돌해 67명이 사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사고 책임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리며 장애인 고용과 관련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는 가 하면 기자회견 중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짧게 애도의 말을 전한 뒤 30분 동안 다양성 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연방항공청의 인력이 ‘너무 백인 위주’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 일한 교통부 장관을 향해 “저 사람은 재앙이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엇이 이러한 충돌을 이끌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매우 강력한 의견과 아이디어는 갖고 있다”며 “나는 안전을 가장 먼저 뒀고, 오바마와 바이든, 민주당은 정책을 가장 앞에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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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포토맥 강에서 관계자들이 추락한 미 육군 헬기의 동체를 인향하고 있다. [UPI] |
해당 발언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짜증 섞인 말투로 변했다고 NYT는 전했다. 곧이어 그는 “(사고를 당한) 미군 헬기는 조종사 문제가 있었다”며 사고 원인을 단정 짓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부통령인 J.D 밴스 역시 트럼프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밴스는 “10년간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항공 교통 관제사가 되고 싶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피부색 때문에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항공청(FAA)을 향해 “FAA의 다양성 추진은 중증 지적, 정신 장애인을 고용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청각, 시각, 사지 결손, 부분 마비, 완전 마비, 간질, 중증 지적 장애, 정신 장애, 왜소증” 등의 장애인을 연방 항공청이 채용하고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모두 우리나라로 쏟아지는 비행기의 관제사 직책에 적합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다양성 정책은 일명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로 불리는 차별 금지 정책이다. 인종·성별 등의 차별 없이 정당한 채용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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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8시53분께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의 소형 여객기가 미국 워싱턴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고 접근하던 중 미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와 부딪히고 인근 포토맥강에 추락하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다양성 정책은 사고 원인과 전혀 관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장애인을 더 많이 채용하려는 정부의 노력이나 다양성 노력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FAA는 다양성 정책의 효과가 별로 없었던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였던 2023년 FAA에 백인 남성 비율은 55.3%로 2020년 트럼프 정부 시절(57.4%)과 비교했을 때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장애인 채용은 2023년 2%, 2020년 1%로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날 트럼프는 기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기자가 “어떻게 다양성 채용이 사고를 초래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자 “나는 상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가 “추락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고현장) 방문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가 “그 현장은 아니다. 당신이 말하는 사고 현장이 어디냐? 강물? 나더더러 수영이라도 하러 가란 말이냐?”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