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신사·무新사·무신社? 그런 뜻 아닙니다 [언박싱 프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누군가는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릅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일순간에 외면받기 일쑤입니다. ‘메가 브랜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유통가의 속사정, [언박싱 프로]를 통해 들려드립니다.


무신사가 지난 2022년 만우절을 기념해 준비한 이벤트. 무신사 스토어 모바일 앱을 시행하면 20년 전 커뮤니티 시절을 재현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 페이지를 볼 수 있다. [무신사 제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패션업계 최초 유니콘 기업, 국내 패션 전문몰 1위. 무신사를 설명하는 단어는 참 많습니다. 그런데 무신사가 만들어진 지 무려 24년이 된 국내 브랜드라는 사실, 아시나요.

무신사는 어떻게 몸값 3조5000억원의 기업이 됐을까요. 헤럴드경제는 언박싱프로 두 번째 주제로 ‘돈 되는’ 커뮤니티의 시초, 무신사의 성장 과정을 다뤄봅니다.

3兆 거인, 시작은 신발 커뮤니티?


무신사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조만호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스니커즈 마니아 커뮤니티를 개설합니다. 이름은 무신사,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의 줄임말입니다. 최신 패션 트렌드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이 희박했던 시절, 조 대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한정판 운동화 사진이나 국내 스트리트 패션 정보를 이곳에 올려 회원을 모집했습니다.

조 대표는 2003년 ‘무신사닷컴(MUSINSA.COM)’이라는 별도 사이트를 구축한 데 이어 2005년에는 웹진 형태의 ‘무신사 매거진(MUSINSA MAGAZINE)’을 창간했습니다. 조 대표는 창간 초기 카메라를 챙겨 직접 거리에 나가 촬영한 패션 사진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후 전문 패션 에디터와 포토그래퍼를 영입해 다양한 패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 시작했죠.

2009년에는 커머스 기능을 도입합니다. 우리가 아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스토어(MUSINSA STORE)’입니다. 중소 패션 브랜드를 한눈에 모아 볼 수 있는 채널이 없다는 점을 공략했습니다. 옷 잘 입는 일반인이 길거리에서 찍은 듯한 무신사 스태프의 착용샷, 트렌드를 짚어주는 자체 콘텐츠도 무신사 스토어의 흥행을 도왔습니다.

무신사가 커뮤니티 반응에 민감한 것도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역사 때문입니다. 지난해 ‘패딩 충전재’ 논란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밝힌 것 또한 커뮤니티의 ‘화력’을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신사는 남성 위주 커뮤니티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성 사용자가 타 패션 플랫폼에 비해 많은 특성 때문인데요. 성장 과정에서 커뮤니티 입소문이 작용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무신사는 최근 “1월 말까지 패딩 충전재 혼용률 시험성적서 혹은 의뢰서 등 증빙 자료를 내지 않은 상품은 2월 3일부터 판매 중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무신사는 1월 초 입점 브랜드 8000여개의 덕다운·캐시미어 상품 7968개를 전수조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까지 전체 상품의 57.4%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제출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백화점 동탄점. [무신사 제공]


29CM 이구갤러리 서울 ‘타임 투 시즌오프’ 공간. [무신사 제공]


플랫폼보다 브랜드…‘앱’ 밖으로 뛰쳐나오다


무신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반한 패션 플랫폼이지만, ‘패션 브랜드’를 지향합니다. 패션 브랜드를 한데 모아 선보이는 ‘중개자’가 아닌 ‘브랜드 사업자’가 되기로 한거죠. 패션업계에서는 자체 생산 제품이 수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일반 쇼핑몰들이 ‘자체 제작’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무신사가 오프라인 진출에 열중하는 이유입니다. 발판이 된 건 PB(자체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였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우리가 아는 무신사와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무채색의 티셔츠, 슬랙스나 정석적인 핏의 청바지 등 ‘기본템(기본 아이템)’을 파는 브랜드로 인식되어 있는데요. 현란한 패턴의 아우터, 바지 등 스트리트 패션 붐(Boom)을 업고 성장한 무신사인 만큼 이와 매치하기 쉬운 기본 제품을 함께 판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시작은 흰색 기본 티셔츠였습니다. 후드티, 재킷, 플리스 점퍼 등 어디에나 걸쳐도 되지만 가장 취향을 타는 아이템이죠. 무신사는 이를 반영해 오버사이즈의 릴렉스, 정사이즈의 베이직, 딱 붙는 슬림핏 등 다양한 디자인의 기본 티셔츠를 선보입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제품은 슬랙스, 데님 팬츠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2017년 론칭된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현재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상 ‘제품 매출’로 PB상품 매출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무신사는 감사보고서에 ‘상품 매출’, ‘제품 매출’, ‘수수료 매출’ 등을 구분해 공개합니다. 제품 매출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원재료를 구매해 제조 후 판매한 매출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신사의 제품 매출은 2023년 기준 2605억원이었습니다. 2023년 전체 매출(9931억원)의 약 26.2%입니다. 2018년 8억원에 불과하던 제품 매출은 2019년 33억원, 2020년 831억원, 2021년 871억원을 기록하다가 2022년 17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공격적인 오프라인 매장 오픈과 무신사와 직접적인 연결성을 드러내는 네이밍이 효과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무신사는 경쟁사 W컨셉과 정반대의 PB 전략을 활용합니다. W컨셉은 서비스를 시작한 2009년 바로 PB ‘프론트로우’를 론칭했습니다. 국내 정장 브랜드가 남성복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을 공략해 ‘여성을 위한 출근복’을 만들었고, 이제 대표적인 여성 오피스룩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죠. 프론트로우는 올해 16년차를 맞았지만 W컨셉의 PB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점이 특징입니다.

반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름만 봐도 ‘무신사의 PB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신사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하나의 브랜딩 전략이라고 패션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은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기존 PB시장에서 브랜드의 고급화를 위해 연관성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무신사는 반대의 전략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기준 19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세계그룹·AK그룹·한화갤러리아 등이 운영하는 쇼핑몰에 ‘숍인숍(매장 내 매장)’ 형태로 입점했는데요. 광교·용인·분당 등 30~40대 젊은 부부 고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지역에는 무신사 스탠다드 ‘키즈’ 제품도 함께 비치해 고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숍인숍’ 매장에 집중합니다. 지난해 3호점(명동점)부터 19호점(롯데백화점 동탄점)까지 총 17개 매장을 냈고, 올해도 비슷한 속도로 출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제 무신사 스탠다드는 오는 3월 울산 현대백화점에 올해 첫 매장을 출점합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라는 명칭이 패션업계에서 지니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와 고급화를 둘 다 잡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무신사 스탠다드 ‘숍인숍’ 매장의 위치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대표적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인 유니클로나 ZARA(자라) 매장 ‘옆’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식인데요. 여기에도 SPA 브랜드로서 무신사를 인식시키겠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무신사 뷰티 앰버서더 카리나. [무신사 제공]


사라진 ‘우신사’, 남녀의 구별을 없애다


종합 패션 왕국을 꿈꾸는 무신사의 과제는 ‘여성 고객’ 확보입니다.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 덩치를 키운 무신사이지만, 지속적인 불경기 여파를 피할 수 없는 만큼 패션업계 핵심 고객층인 여성 고객을 유치해야 살아남는다고 판단한 겁니다. 지난해 기준 무신사의 남녀 회원 비율은 여성 55%, 남성 45%입니다. 다른 패션 플랫폼의 여성 회원 비율이 80~90%인 것을 고려했을 때 낮지만, 여성 회원 비중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포부입니다.

무신사의 편견 깨기는 2016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여성 전용 무신사, ‘우신사’ 서비스가 시작인데요. 우신사는 2020년 당시 중소 브랜드였던 ‘마뗑킴’을 최초로 입점시키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2020년부터 기존 무신사 서비스에서 남성과 여성 제품을 모두 선보이며 사실상 중단됐죠. 무신사가 지난 2021년 W컨셉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신사는 당시 신세계에 밀려 고배를 마셨지만 4개월 뒤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하며 여성 고객 확보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무신사의 ‘여심(女心) 겨냥’ 전략은 ‘투트랙’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무신사를 활용해 10~20대 여성을, 29CM로 25~39세의 구매력 있는 여성을 공략하는 방법입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9월 여성 브랜드 위주의 편집숍인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를 오픈했습니다. 10~20대 초반 여성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타깃입니다. 무신사는 29CM 오프라인 매장인 이구갤러리도 확장할 예정입니다. 여기에서도 ‘앱 바깥’에서 고객을 만나려는 무신사의 전략이 엿보입니다.

지난해 12월 9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무신사 뷰티 어워즈 팝업스토어. [무신사 제공]


올해 무신사는 뷰티 사업으로 여성 고객층을 넓히는 데 집중합니다. 뷰티는 패션과 업계 연관성이 커 여성 고객 유치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8월부터 뷰티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뷰티 앰버서더로 에스파 카리나를 발탁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무신사는 올해 PB 브랜드 ‘오드타입’ 외 추가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LB(패션 브랜드 라이선스로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 브랜드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무신사가 공격적인 신사업 발굴에는 둔화한 매출 증가율이 한몫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무신사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9931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매출 성장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매출 증가율은 52%였지만, 2023년엔 40%로 약 10%포인트 줄었습니다. 무신사의 자회사를 제외한 무신사 스탠다드와 29CM 실적이 포함된 2023년 별도 기준 무신사 매출 전년 대비 신장률은 37%였습니다. 2022년 별도 기준 매출 신장률이 6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치입니다.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하는 이유


다른 패션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무신사가 유독 열심인 것이 있습니다. 바로 중소 패션 브랜드 지원입니다. 무신사는 2022년 장학사업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MNFS)’을 시작했습니다. 패션 브랜드 론칭 의사가 있는 패션디자인 전공 학생에게 시즌 룩북 제작 지원과 업무 공간 대여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지난해 8월에는 중소 규모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돕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시작했습니다. 상품 기획 및 생산, 마케팅, 브랜딩, 판매 활동을 종합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0~12월 총 6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 [무신사 제공]


패션디자인학과를 전공하며 중소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을 직접 목격한 조만호 대표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합니다. 2023년 매출액 686억원을 기록한 마르디 메크르디가 패션 플랫폼을 통해 급성장한 것처럼 신진 K-패션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이런 노력을 IPO(기업공개)를 위한 밑 작업이라고 평가합니다. 신흥기업의 IPO를 위해서는 실적도 실적이지만, 신뢰를 받기 위한 브랜드 스토리도 중요한데요. 지난해 갑질 논란부터 충전재 표기 논란까지 홍역을 치른 무신사 입장에서 소비자 신뢰를 키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한문일 전 무신사 대표가 2023년 기자간담회에서 “IPO는 2025년까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지만, IPO 시계는 이미 빨라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무신사는 최근 지정 감사인으로 안진회계법인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정 감사인 선정은 IPO 추진 과정의 첫 단계로 불립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외부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지정받으면 공식적인 검증 절차를 밟게 됩니다. 무신사는 2023년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조5000억원대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무신사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 또한 의미가 있습니다. 무신사는 지난해 자회사 SLDT를 합병하기로 했고 또 다른 자회사인 오리지널 랩과 어바운블랭크앤코 또한 정리 절차를 밟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 모두 90~200억원대 적자를 내던 자회사인데요. 내실화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높이려는 방안이라고 합니다.

무신사가 집중하기로 한 것은 본업입니다. 판권 사업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입니다. 무신사는 올해 일본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일본 조조타운과 지난해 12월 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지난해 11월 ‘마뗑킴’의 일본 시장 판권을 획득했고 올해 상반기에 도쿄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무신사는 여전히 변화하는 중이며, 혁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만큼 대중의 생각도 중요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무신사는 어떻게 성장판을 키울 수 있을까요? 특히 을사년 IPO 기대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K-패션’의 중요한 기둥이 된 무신사,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MNFS 파이널 프로젝트’ 1차 심사 당시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의 브랜드 ‘랩폼’을 소개하는 김영규 학생. [무신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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