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해상풍력 손잡았던 글로벌 대기업 돌연 ‘철수’…기업들 ‘진퇴양난’

英 에너지 대기업 셸, “해상풍력 철수” 공식화
4분기 22억 달러 손상차손…“수익성 기대 못 미쳐”
해상풍력 발 빼는 글로벌 기업들에 한국도 ‘긴장’


전남해상풍력 1단지 현장 [SK이노베이션 E&S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해상풍력 프로젝트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the project didn‘t align with company’s capabilities or return goals)” 영국 소재 에너지 대기업 ‘셸(Shell)’ CFO 시네이드 고먼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 셸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해상풍력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셸을 비롯해 최근 에너지 기업들 사이에선 해상풍력 사업에서 잇따라 발을 빼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해상풍력 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대기업 해상풍력서 “발 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셸은 미국 뉴저지에서 추진했던 애틀랜틱 쇼어(Atlantic Shores)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애틀랜틱 쇼어는 약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 용량을 갖춘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갖추는 프로젝트다. 앞서 셸은 프랑스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업인 EDF리뉴어블스(EDF Renewables)와 합작법인(JV)까지 세웠지만 여기에 보유한 지분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 철수에 따라 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는 22억달러의 손상차손이 포함됐다. 손상차손이란 기업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감소하면서 손실로 반영된 비용을 이른다. 쉽게 말해 프로젝트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데 따른 손실이 반영됐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움직임은 셸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셸 라이벌사인 영국 BP는 지난달 일본 전력업체 JERA(제라)와 합작사를 세우고 해상풍력 부문을 모두 넘긴다고 밝혔다. BP는 당초 해상풍력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32억5000만달러로 줄였다. 덴마크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는 지난 2023년 미국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했다.

해상풍력 개발 중단을 공약으로 앞세운 트럼프 정부 역시 악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풍력 산업에 비관적인 입장을 줄곧 취해왔다.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해상풍력을 두고 “현존하는 에너지원 중 가장 비싸며, 새들을 죽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망친다”고 언급하면서 미국 대륙붕 전역에서 해상풍력 발전 신규 임대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연쇄 타격 우려도…투자 유치·해외 진출 난항 ‘우려’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데다 정부 지원 가능성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상풍력 사업 철수가 합리적인 판단이다. 문제는 이같은 글로벌 추세가 국내 기업들에도 영향을 연쇄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셸은 울산에서 추진하던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문무바람’ 지분을 5500만달러에 전량 매각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해상풍력 투자가 줄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이 지자체와 협력해 추진 중인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들 역시 투자 유치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국내에서 해상풍력 분야 입지를 넓히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의 해외 진출 여부도 불확실상이 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국내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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